그루지야 - 황상의 말년은 괴로우셔라

구 동구권 국가에서의 민주화 혁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4년의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이지만 그 이전에 이미 민주화혁명이 진행된 곳이 있다. 카프카스 지역의 공화국 중 하나인 그루지야에서 2003년 장미혁명이 발발, 친러정권이 붕괴되고 친미 미하일 샤카쉬빌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후 그루지야는 이라크에 약 2천여 명의 병력을 보내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되었고 반면 러시아로서는 카프카스 지역에서 자신을 향해 배신의 깃발을 날리는 이 소국을 향해 경제제재와 같은 공공연한 보복으로 맞섰다.


이때가 좋았지...
[2005년 그루지야를 방문, 15만 인파의 열렬한 환영 속에 연설을 하는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



그리고 올 7월 마침내 부시는 보란듯이 동구권 5개국의 NATO 가입을 승인했으며 이 중에는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부시는 이들 국가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꾀할 수 있게 되는 합법적 틀을 마련하게 되었고 러시아의 대 그루지야 경제제재에 대항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해도 엄청나게 거리가 먼 그루지야의 경제를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그들과 국경을 접댄 또 다른 초강대국이 대놓고 경제제재를 하는 마당에.

안 그래도 러시아의 경제보복조치로 경제는 어려운데 장미혁명으로 집권한 샤카쉬빌리가 진정으로 민주화를 원하는 민주투사냐... 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것도 아니었다. 샤카쉬빌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게 해 선거를 한 번에 치뤄 선거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의 선거법 개정을 통해 총선을 약간 미루고 대선을 좀 앞당겼고 야당은 이를 대통령이 인기가 하락하기 전에 대선을 치뤄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그와 별개로 샤카쉬빌리의 측근정치가 극에 달하고 그의 부패를 고발한 국방장관이 전격경질, 체포된 뒤 수백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강제추방당한 사건은 경제난에 신음하는 그루지야 시민들에게 명분까지 제공했다. 지금까지는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러시아의 음모라고 강변해 왔지만 이제 정권의 도덕성까지 의심된 지금 샤카쉬빌리 정권은 최대의 위협에 봉착했다.

당장
2003년 장미혁명 이후 최대의 인파가 운집하여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을 향해 민중들이 다시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이 개그는 일단 뒤로 하고,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경찰이 방송 중인 야당 성향의 방송국에 난입해 방송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국 황상 부시제께옵서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일로 골치가 아플 지경이겠지만 간신히 러시아에게서 빼돌린 동구권 국가 하나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 더 타격이 크다. 동구권 국가에 아무리 친미정권을 세워도 러시아가 경제보복 조치만 가하면 이렇게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
그나마 국력이 있는 우크라이나마저 이 모양이거늘...)2003년 그루지야를 잃은 뒤 짜르께서 대노하셨겠지만 지금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않으며 잃었던 그루지야를 고스란히 되찾을 기회가 러시아와 짜르 푸틴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럼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친미 샤카쉬빌리 정권을 지원하자니, 공권력 동원해서 방송 진행중인 방송국 난입해 방송 중단시킨 독재정권 옹호한다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그렇다고 지원을 안 하자니 이건 간신히 빼돌린 그루지야를 다시 짜르푸틴에게 돌려주는 꼴이며, 그루지야 이후 혁명을 통해 친미화된 다른 CIS 국가들마저 연달아 무너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황상 제위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안에서는 거부권 행사안 법안에 공화당 의원들이 반란 일으켜서 거부권 무시당하고, 버지니아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바깥에서는 이라크 전사자 수가 이미 최대치를 기록한 2004년도 기록을 경신해 버린 데다 파키스탄의 무샤라프는 사고를 치고 터키가 이라크 쳐들어가려는거 간신히 뜯어 말리고 러시아는 대놓고 기어오르지 않나 동구권에 구축한 자국 세력권은 축출될 위험에 처하지 않나...

누가 될 진 몰라도 다음 황상이 참 힘드실 듯 하다.-_-;;

by Ladenijoa | 2007/11/08 09:15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ladenijoa.egloos.com/tb/34750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11/08 09:41
장미혁명을 거쳤다고 해도 엄연히 러시아군이 그루지야에 주둔중이었으니, 일단 군사적인 면에서 오랫동안 러시아에게 골칫거리였던 '카프카스의 무슬림들'에 대한 그루지야의 지원활동은 2000년대 이후 많이 잠잠해졌죠.

특히 그로즈니 함락이후 체첸의 치안을 러시아/체첸 보안군과 각 정보기관의 특수부대가 상당부분을 담당하게 됨으로서 다른 정규군은 오래전부터 그루지야 문제에 대해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때 투입될 예비전력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즉 짜르입장에선 2003년에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그루지야를 하루면 박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남겨놓으셨다는 것이지요.

미국은 이를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고, 이제는 짜르께서 군사개입을 결정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그루지야가 대 러시아의 품에 돌아올 상황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이 진심으로 러시아의 부활을 걱정하고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교두보로 확보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라크전을 벌이지 말고 동구문제에만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봅니다. 사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웠구요.(여전히 러시아는 상황봐서 군사력을 투입시킬만한 베짱과 지리적인 여건이 있으니.)
Commented by 행인1 at 2007/11/08 12:37
정말 대안이 없게되어버린 미국이군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11/09 07:16
라피에사쥬 / 무력을 동원하는 것과 동원치 않는 것의 차이가 크니까요. 이번 일로 러시아는 무력을 동원치 않고도 그루지야를 탈환하게 되면서 그로 인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습니다. 무력사용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그루지야같은 별 볼일 없는 동네가 아닌 보다 중요한 곳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아끼게 되었다는 의미이죠.

문제는 그 비장의 카드가 사용될 장소인데,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 or 발트3국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은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습니다만(...;;)

행인1 / 황상께서 워낙 비범한 인물이시니 대안이 나올 겁니다. 그루지야식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던가(...)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