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개선하라고?

아주 예전에 이쪽 세계-무슨 세계?-에 발을 디딛게 한 모 포털의 카페가 있습니다. 지금도 회원이긴 하지만 거의 활동을 안 하는데 예전에 카페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 연락처나 찾아볼까 싶어 실로 오래간만에 가봤더니 연락처는 찾지 못하고 실로 어이없는 황당무괴한 글만이 올라와 있더군요.

이번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예비군 훈련을 개선해야 한다며, 조교들이 교육하면서 자기들끼리 말만 열심히 해서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고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훈련을 시킬거면 제대로 시키고 제대로 굴리던가 하지 굴리지도 않았다. 훈련의 대부분의 산 타는 것 뿐이었다. 훈련 온 예비군에게 돈은 왜 1,800원만 주냐, 신검 때보다 더 적다... 등등

어쩜 그렇게 생각하는 게 군대의 윗분들하고 그렇게 똑같을까요?

이에 경력은 짧지만 명색이 모 부대 예비군 조교 출신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화르르...하여 글을 휘갈기게 되었습니다.



1. 훈련수당 문제
예비군 훈련시 예비군들이 받는 돈은 정확히 말해서 훈련수당이 아닙니다. 예비군 훈련도 분명한 국방의 의무인데 이 나라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대한 대가로 수당을 줄리가. 예비군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어디까지나 훈련장을 찾아오는 예비군들에 대한 교통비 명목입니다. 예비군 훈련뿐이 아니라 신검이나 입대시 필요한 교통비도 다 지급됩니다.-다 보수적으로 책정해서 최소비용으로 주지만-
제가 있던 모 부대야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향토예비군들 대상이라 교통비가 일괄적으로 같았습니다만 대상이 좀 넓은 다른 부대들은 개인별로 각기 다른 교통비를 지급하는 지 모르겠군요. 신검, 입대시를 생각하면 지역별로 다를텐데.


2. 조교들이 떠들기만 하는 걸로 교육 끝난다.
예 맞습니다. 향방기본이나 향방작계 대부분은 조교들이 열심히 주절주절 설명만 하다가 끝나는 교육이 절대다수입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시간도 부족하고 그 많은 예비군들에게 일일이 실습을 시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실 예비군 훈련 와서 예비군들이 직접 하는 건 사격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정작 시키면 예비군들은 훈련에 참여하기나 합니까? 일단 제 개인적 사례 2가지만 적어놓겠습니다.

사례1 ) 향방작계를 하기 전, 다른 부대에서 향방작계 도중 연대장 기습순찰로 엄청나게 질책당했다는 소식이 부대에 전해졌습니다. 질책의 사유는 "조교들이 설명만 하고 끝내지 예비군들은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한다."였습니다. 사단장 및 연대장, 사단급 고위참모들의 생각은 공통적으로 "예비군들의 높은 전투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해서는 예비군 훈련에 있어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입니다. 기본적으로 맞는 생각이기에 뭐라 할 수 없고 그저 시키는 대로 예비군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로 훈련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방독면 담당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군용 및 민수용 방독면 수십여 개를 깔아놓고 예비군들을 상대로 방독면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들어갑니다. 2개 구령법과 6개 구령법, 휴대법 및 방독면 부수기재 등등. 신속히 요점만 설명하고 남은 시간은 기습순찰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군 참여 유도와 실습입니다. 거의 매달리다 시피 하면서 억지로 방독면을 다 휴대시켰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했죠.

"자아, 선배님들 시간이 좀 남는데 방독면 착용법 실습하실 분 안 계십니까? 본 조교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도 없네?(...)

"선배님들, 어차피 다음 교육과정 가시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여유롭게 한두 분만..."

이에 대한 예비군 선배님들의 반응.

"야, 먼 훈련을 그렇게 FM대로 하냐?"
"대충 해 그까이거. 그나저나 너 어디 사냐? 여친은 있어?"
"야야 방독면 찼으면 된거지 뭘 휴대까지. 이제 풀어도 되지?"
"니가 아직 이병이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건 원래 너 혼자 하다 끝나는 거야."
"야야, 연대장 온대서 방독면 휴대까지 해줬는데 아직도 안 오잖아. 것봐, 너희 연대장 뻥포 쏜거니까 그냥 적당히 해."

이 날 포함해서 훈련 기간 동안 약 XXX명의 예비군들을 교육했습니다만 방독면을 착용한 예비군은 무려 0명이었습니다.

사례2) 향방기본 훈련 중 제 담당은 시가지전투였습니다. 저는 예비군 분대 1개를 인솔해서 시가지 구조물을 점령하는 교육을 맡고 있었습니다. 교육과정은 기본원칙대로 1개 조 엄호사격, 1개 조 약진 후 선진입조 엄호사격, 대기조 약진 후 건물진입이었고 저는 선두조를 이끌고 "분대, 약진 앞으로!"를 외치며 건물로 달려나가며 예비군들을 인솔합니다.(원래 약진 앞으로도 예비군 분대장이 해줘야 하는데 거의 들리는둥마는둥이어서 제가 먼저 선창을 해줍니다-_-;;) 그 다음에 늘 이런 말을 해야 하죠.
"선배님들, 실전이라 생각하시고 신속하게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지금처럼 걸어다니시면 실전에서는 적의 사격을 피하기 어렵..."
예 맞아요. 걷건 뛰건 어차피 총 맞는 거 똑같아요.(...) 그래도 뛰어다니는 게 더 생존률이 높잖아요-_-;; 참여적인 훈련이란 걸 하려면 예비군들이 실전적으로 조교를 따라서 후다닥 이동해줘야 하는데 이건 뭐 느긋하게 걸어오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그나마 가끔가다 같이 뛰어주는 선배님들이라도 계시니 고마울 따름(...)

이런 상황에서 예비군 훈련이 조교들 말만 하다 끝난다고 불평? 자기는 얼마나 뛰어다니시길래?


3. 훈련 중에 제대로 시키는 것도 굴리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현역 조교가 시키거나 굴린다고 해서 말들을 예비역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전 동원훈련 중 총기 방치하고 화장실 가는 예비군 막으며 "선배님, 총기는 휴대하셔야 합니다." 했다가 멱살도 잡혀봤습니다.(...) 저보고 예비군 총기 휴대시키라고 한 다른 중대 선임이 당황해서 달려와 뜯어말렸죠.(...-_-;;)


4. 훈련 중 한 게 산타는 게 가장 많았다.
산탄다는 의미가 아마 각개전투보다는 교장이동일텐데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 많습니다. 원래 교장이 그러한 걸 어찌하라고?
군부대/시설의 특성상 아무래도 시내나 근교보다는 깊은산속 옹달샘 근처에 짱박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좁은 지역에서 부대기반시설 갖추고 거기다 다시 예비군 교장까지 집어넣으려면 부대 규모에 비해 상당히 넓은 지역을 커버해야 합니다.
원래 부대가, 예비군 교장이 산속에 있는데 산 타는게 가장 많다고 불평하면 어쩌자고?(...)
그나마 지금 예비군 교장들은 "그나마" 인구밀집지역과 가까운 편이라지만 이것도 도심이 점차 확대되면 더 외곽으로 쫓겨날 텐데.


5. 예비군 장비가 왜 다 이모양 이꼴이냐? 이딴 걸로 무슨 훈련이냐?
아 시바 그럼 지급받은 장비들이나 제대로 관리하시던가. 철모는 맨날 땅바닥에 뒹굴은채 예비역들의 축구공으로 변해 버리질 않나 개인장구요대는 얼마나 질질 끌고 다녔으면 모래투성이에 너덜너덜해지고 고리가 떨어져나가 결속시키는 게 불가능해지지? 수통 반납받고 보면 어째 수통 뚜겅이 떨어져 나가는게 그나마 양호한 정도야? 꼭 수통피만 있고 수통이 없다던가 다른 거 다 있는데 요대에 결속하는 클립이 없어지던가-ㅅ- 그리고 총기는 군인의 생명인거 몰라? 왜 다들 질질 끌고 다녀?(...) 그러니 가스구멍 막히지. 부대에 총기관리하는 상근이 몇 명이나 된다고. 그리고 동원때 지급되는 판초우의는 쓰지도 않는데 왜 처음 배치할 때보다 찢어진 수량이 더 늘어나?(...)
아니 있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동원 끝나고 사라진 동원물품들 수량 부족한 건 또 왜 이렇게 많아?(...) 그거 부대비하고 부대 간부들 사비 털어서 메꾸는구만.
부대 창설 이래 예비군들이 수십여 년 동안 그렇게 장비를 쓰시는데 장비가 온전할 리가. 그러면서 늘 현역들이 제대로 관리 안 한다고 뭐라 하지? 현역들은 휴일 없이 1년 365일 예비군 장비 관리만 하라는 소리지 아주-_-;;


6. 총기는 왜 구닥다리 2차대전시기 카빈이냐? 이딴 걸로 뭔 전쟁이냐?
이건 사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하고 이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10월 15일자 보도에서도 언급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건드리기 싫으니-건드렸다간... orz- 단 한 마디로 패스. "치장물자는 장식품이 아냐"


p.s : 그러고보니 글쓴이는 자기 스스로 공익이라 밝히더구만(...) 편견인가 아니면 진짜 공익이라 그런건가(...)

by Ladenijoa | 2007/11/12 06:13 | 사회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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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커피프린스 at 2007/11/12 07:09
사실 예비군 폐지론이 전혀 황당무계한 소리는 아닙죠-_-;
..장교 예비군 단축을 기대하는 1人
Commented by 홍구 at 2007/11/12 07:36
그래도 예비군이 맘먹고 뛰면, 현역보다 잘뛰어요.

아니 잘뛰지 않을까..

아니 잘뛸 수 있을까..


.....끙..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11/12 07:41
실질적으로 한국 예비군의 개념이란 '서류상의 수치로만' 한국전 당시의 막대한 병력소요를 충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설령 전선 어디가 뚫린다고 해도 예비군을 1선에 투입해서 저지한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이고 후방안정, 치안유지 이외에 기대할만한건 극히 적다고 봅니다. 아니 그런것 이외의 임무에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심각한 인적낭비[..]

제대로 쓸 일도, 개선할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쭉 내버려두다 보니 위아래를 막론하고 엉망이 된 대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11/12 07:47
1. 난 올해 동원가서 방독면 썼지롱.

2. 난 작년까지는 잘 뛰어댕겼삼. 올해는 좀 덜 뛰었는데, 뒤꿈치가 까져서 못 뛰겠더라.

3. 학생예비군은 그래도 말 잘 듣는 편인데? 하는 시늉은 해 주잖삼.

4. 3년차까지는 그래도 괜찮던데 4년차부터는 매년 뒤꿈치가 까지더라는. 이해하3

5. 학생예비군은 그래도 덜하다니까 ㅋㅋ 뭐 철모고 수통이고 요대고 작년까지는 하나도 안 받았는데 올해 처음 받았다는.

6. 뭐 난 올해까지 계속 M16 들고 동원훈련 받았으니...ㅋㅋ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11/12 10:36
커피프린스 / 장교예비군이라... 예비군 훈련 가셔서 간부 하시겠군요. 예비군 간부도 예비군 통제해야 하는 입장인데 말이 간부지 사실상 통제력이 없어서-_-;;

홍구 / 예비역 2년차까지는 현역과 동등 및 그 이상, 3년차부터 하락하면서 그 이후부터는 전투력 상실(...)

라피에사쥬 / 개인적으로 예비군이 쓸모가 있다면 특화된 전문병종 아니면 향토방위에 제한될 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년차 이내의 예비군이라면 활용도가 좀 넓어지겠군요.

슈타인호프/
1. 오옿 그렇게 솔선수범하시다니, 저는 방독면 쓰는 예비군 한 명도 못봤는데 말입니다-_-;;
2. 동원 3년차와 4년차의 차이(...)
3. ....제가 속한 대대는 학생예비군이 없었어요. 아아 부러운 X대대(...)
4. 꼭 이상하게 다들 3년차 넘어가고서부터 그런 차이가 나오더라구요-ㅅ-
5. 학생예비군 담당하는 부대는 진짜 좋은 거죠. 일반 및 직장예비군은... OTL
6. 아직도 칼빈을 안 만지셨구나아앙... 그 손때 묻은 칼빈...(orz)
Commented by 커피프린스 at 2007/11/12 12:04
장교예비군은 기수가 깡ㅍ...(이하 검열-_-)
Commented by 홍구 at 2007/11/12 13:52
끙 이제겨우 예비군 1년차로 접어드는 저로서는 그런걸 몰랐군요.
제가 동원훈련할때는 예비군들이 다들 양호한(...) 편이라 몰랐는데,
년차수마다 그런게 있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11/12 14:26
누가 4년차래?

난 6년차삼. 동원훈련 끝났3 학생동원으로 6년차까지 올 클리어!!!

('ㅅ' )=3=3=3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11/13 06:25
커피프린스 / 예비역 간부들은 해병대보다 더 기수 따지는 거 같기도 하더군요.;;;

홍구 / 특별한 현상은 아니고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전역 후 2년정도까지가 체력이 현역 시절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정도로 유지되기도 하고 2년이 현역시절 익힌 군 주특기 등이 잊혀지지 않는 기간이기도 하고요.
덤으로 현역들 안 괴롭혀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사라지는 기간이기도 하고(...)

슈타인호프 / 오옿 대학원생은 그런 혜택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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