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루비콘 강을 건너나?

우크라이나의 NATO 합류 움직임 - 디펜스뉴스

사실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 정부의 대외정책은 친미, 친서방에 기조를 두었고 오래 전부터 EU와 NATO의 가입을 공언하고 있었으니 예상 못한 일은 아닙니다만... 말로만 가입한다고 외치는 것과 실제 가입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죠.

그동안은 오렌지 연정의 분열로 인해 친러 제1야당과 연정을 해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EU와 NATO 가입을 적극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번 총선 결과에서 과반을 간신히 획득한 친서방 세력이 다시 연정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움직임은 가속화되는 듯 싶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가스요금 미납분 독촉과 같은 압력과 이로 인한 동서 연정 부활 가능성이 존재했습니다만 유셴코가 러시아를 속인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 건지 우크라이나 연정은 동서 연정이 아닌 오렌지 연정으로 결론 났고 이것이 유셴코의 친서방 정책에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모셴코가 총리가 되는 길은 매우 험난했죠. 의회에서 1표 차로 부결되기도 하고...)

사실 러시아는 과거 자신의 세력권이던 동유럽 국가들의 서방세계 편입을 눈뜨고 바라볼 수 밖에 없던 입장이었습니다. 냉전체제 종식 이후 실제 발칸반도와 동유럽에서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고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와 슬로바키아,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된 신생 독립국들이 줄줄이 EU와 NATO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게까지 서방 세계에 편입되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죠.

그런 러시아의 마지막 방어라인은 벨로루시-우크라이나 선입니다. 벨로루시는 루카셴코 친러 독재정권이 장기집권 중이니 방어라인이 안정적인데, 문제는 04년 우크라이나 대선이 오렌지 혁명의 여파로 친서방 세력이 승리하면서 러시아의 최후 방어라인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사실 05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천연가스 가격 인상과 가스공급 중단 위협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노린 공격이었고 이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를 어떻게든 막기 위한 러시아의 압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상당폭 인상된 가스가격을 받아들이며 러시아의 압력을 막아냈습니다.

가스라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통한 압력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면 러시아에게 남은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카프카즈의 별 볼일 없는 소국-그루지야-이 서방세계에 편입되는 것 따위와는 질적으로 다른 러시아의 위기 인식입니다.

이쯤 되면 대인배들끼리 물밑 협상을 통해 최악의 결과를 막는 것이 보통인데, 러시아의 대인배 짜르 푸틴과 상국의 대인배 황상께옵선 생각하는 바가 달라도 너무 다르고 어느 곳에서도 양보하려 들지 않고 있습니다. 동유럽에서의 MD 문제, 이란 핵개발 문제, 코소보 분리독립 문제, 동유럽 국가의 서방세계 편입 논란 등등...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되어 문서상 결재만 남은 순간 or 2009년 우크라이나 대선 직후가 러시아가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 수 있는 순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2004년 대선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여러 선거들을 보면 친서방 계열이 친러 계열에 비해 압도적인 득표수를 기록하기는 커녕 늘 치열한 접전을 거듭했고, 친서방 계열의 분열까지 기대한다면 09년 대선에서 친러 계열이 승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SVR이라면 능히 친서방 계열의 분열 공작 정도는 시도할 것이고...- 이를 알고 있는 유셴코 대통령 본인이 끝내 자기 임기 전에 NATO 가입을 강행한다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고 멋지게 내뱉으며 루비콘 강을 건너는 건, 그럴만한 능력과 여력이 되는 사람에게나 어울립니다. 케사르가 루비콘을 도하할 땐 그를 따르는 상당수의 군단병들과 그 자신의 뛰어난 능력이 있지만 유셴코를 비룻한 우크라이나 친서방 계열에는 그럴만한 능력도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에 빠졌을 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이라크에서 허우적거리며 다른 나라에게 구원을 청하는 미국과, 무슨 수를 써도 도저히 러시아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유럽세계 뿐입니다.

유셴코는 대인배 기질은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인배 기질을 발휘할 수 없는 약소국의 지도자입니다.(...)

by Ladenijoa | 2007/12/28 13:08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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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곤충 at 2007/12/28 13:51
사람은 역시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옳다는 걸까요...
(결국 소련에게 개긴 아프간을 생각하면... 후덜덜)
Commented at 2007/12/28 14: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12/28 15:28
곤충 / 원칙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옳기는 한데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은 그 전제조건에 힘을 요구로 하죠.
다만, 개인적으로 국제사회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관계에서까지 힘이 작용해서 그렇게 되어 버리는 건 절대 반대입니다.

비밀글 / 어익후 지적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7/12/28 18:34
우크라이나 나토가입이라...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12/28 22:32
다우드 대통령이 '독립국 아프간'을 주창하며 브레주네프 앞에서 내뱉은 말은 다 옳은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지옥으로 만들었죠[..] 유센코의 선택은?

(모르긴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선군 1,2,3,4를 편성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_-;; 덧붙여 키예프는 43년 가을, 반격을 구상하던 소련군이 가장 먼저 목표로 삼아 확실하게 점령한 목표죠[..])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12/29 12:08
행인1 / 한국이나 일본이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가입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러시아가 느끼는 위기인식은 그보다 더 클지도

라피에사쥬 /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몇 개 안되기는 하는데 이 중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침공도 있지만 그 전에 군부 쿠데타 사주, 우크라이나 친러지역 분리독립, 가스값 올리기 신공, 선거공작, 유셴코 암살(-_-;;) 등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은 너무 막가자는 거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대안들이라는 게 다 군사적 수단에 가깝거나 군사적 수단 사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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