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전쟁> 고리 공습의 의미 Military

고리는 불타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 공군의 공습대상 중 가장 의아한 것은 고리 공습이다. 바지아니 공군기지 및 부속 항공기 수리/제작 공장 공습이야 당연한 거고, 트빌리시 국제공항 및 항구도시 공습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런데 고리는 어째서 공습대상에 포함되었는가? 결국 고리 공습으로 위 사진처럼 민간인 거주 아파트가 불타오르고 있고 최소 12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이전까진 그루지야에 인종청소 혐의를 씌우며 명분을 지니고 있던 러시아 군은 고리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발생으로 인해 정당성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일단 고리가 어떤 곳인지 가벼운 웹검색을 해보았다.


쿠라 강 유역에 있다. 7세기에 톤티오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이 도시는 그루지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에 속한다. 1917년 혁명 전에는 행정·상업 중심지인 작은 마을이었다.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이 1879년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고, 1888~94년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혁명 뒤에 산업기반이 눈에 띄게 발전하여 오늘날에는 식품가공업과 주로 아제르바이잔에서 들여온 면화로 섬유공업이 발달했다. 그밖에 여러 경공업도 발달했으며 교육대학과 농과대학이 있다. 인구 70,100(1991).
다음 백과사전 발췌


불굴의 지도자 강철의 대원수 스탈린 동지의 출생지라고 한다.(물론 강철의 대원수였으면 사소한 폭탄 던지기 말고 정당성이건 뭐건 뒤로 제끼고 자기 고향이건 말건 도시를 지도에서 지워 버리셨겠지만.) 그러나 그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다. 군사기지가 있다고 나와 있지도 않고 군수산업이 위치한 것도 아니다. 섬유공업시설을 폭격하겠다고 귀중한 소티를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


감히 내가 태어난 곳에 폭탄을 던지다니! 동무들은 시베리아로 가시오!
-고리 시 중앙 광장에 위치한 요시프 스탈린 기념동상(1976)-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구글어스로 본 고리 전경-


구글어스로 살펴 본 고리에는 도저히 군사적 목표가 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고리 포트리스...라고 적힌 것을 보고 군 주둔지인가 하고 클릭해 보았지만 과거 중세 및 근대 시대의 요새로 현대전과 전혀 관계가 없는 문화유산이었다. 대체 왜 고리 공습이 단행된 건가... 하고 구글어스를 굴리던 내게 구리에서 위쪽으로 최근 들어 매우 친숙한 지명이 보였으니...


고리에서 약간 서북쪽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지명은 Tskhinvali, 즉 전쟁의 격전지로 급부상하며 파괴된 남오셰티아의 수도 츠힌발리이다. 드디어 의문은 풀렸다. 고리는 츠힌발리 공격을 위한 그루지야 군의 병력 및 물자 집결지이자 전선사령부/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었고 실제 그렇게 사용했을 테니 고리 공습의 의미는 그루지야의 예비전력 제압용인 것이다. 고리와 츠힌발리의 거리는 30km에 불과하니까.

그루지야 군의 전선 사령부는, 사실상 러시아 군의 전면적인 공격에 노출된 것이다. 최전선과 불과 도보로 6~8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사령부. 현재까지의 전투에서 패퇴 중인 그루지야 군을 러시아가 마음 먹고 추격한다면 단번에 전선사령부인 고리에 대한 공략 시도가 가능하다.-대부분 산악지형인 그루지야인데 츠힌발리에서 고리로 가는 길은 상당히 평탄한 편이다.-

그리고 고리가 함락되면? 위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협곡 하나만 통과하면 수도 트빌리시가 나온다. 고리 함락은 사실상 수도 트빌리시로 가는 길이 뚫린다는 의미이다. 아직까진 고리 공습은 트빌리시 공략의 길을 닦는다기 보다는 전선에 투입될 그루지야 군의 전력을 갉아먹는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덧글

  • 행인1 2008/08/11 08:56 # 답글

    그루지야는 정말 위기군요.
  • Ladenijoa 2008/08/11 19:10 #

    고리가 함락되면 그루지야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할 겁니다.
  • 곤충 2008/08/11 09:27 # 삭제 답글

    그래도 생각보다 그루지야가 어느정도 버티는 게 의외기도 합니다.
    러시아가 전력을 다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 Ladenijoa 2008/08/11 19:11 #

    그루지야가 버티는 게 아니라 러시아가 아직 전쟁준비가 안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 【天指花郞】 2008/08/11 09:36 # 답글

    고려의 대몽항쟁과 비슷한거죠.
  • Ladenijoa 2008/08/11 19:11 #

    어허 아직 러시아는 몽고의 고려침공 때처럼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옿
  • 【天指花郞】 2008/08/11 22:59 #

    어차피 몽골도 고려엔 2선급 보낸거잖소. -_-;;
  • Ladenijoa 2008/08/12 05:04 #

    원의 고려침공은 사실상 국가총력전이오만?

    여몽전쟁은 1259년에 개경환도를 조건으로 공식 종결되었고, 원 제국은 그 이후에야 본격적인 남송 침공에 나섰잖소? 첫 대대적 원정은 1260년, 즉 여몽전쟁 종결 다음 해였고 양양 및 번성의 함락은 1273년, 그리고 1276년 임안 함락과 1279년 남송 멸망.

    남송이 생명연장에 성공한 건, 원의 주력이 오랜 기간 고려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라오
  • lee 2008/08/12 02:19 # 삭제 답글

    러시아 공수부대랑 스페츠나츠들이 왠지 마을들을 쏘다니며 그루지아군 재집결을 방해한다 하더니, 일종의 준비 작업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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