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2차 오렌지 연정 붕괴 세계에 대한 관심

방금 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우리 우크라이나 당과 티모셴코 블록의 율리아 티모셴코간에 이루어지던 오렌지 연정이 붕괴되었다.

율리아 티모셴코의 티모셴코 블록,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지역당, 그리고 공산당 등 기타 군소정당의 대연합은 전격적으로 대통령의 권한 축소와 총리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률안을 의회에 상정, 압도적으로 이를 통과시켰으며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며 결국 연정이 붕괴되었다.

사실 오렌지 연정의 붕괴는 몇 년 전에 한 번 있었던 일이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등 친러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친서방 연합 세력은 유셴코-티모셴코간의 불화로 인해 쪼개졌고 때문에 유셴코는 한동안 친러 지역당과 연정을 맺고 경쟁자였던 야누코비치를 새로운 총리로 임명했어야 했다. 이런 불화는 결국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불러온다.

2007년 9월 30일 조기 총선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역당 (빅토르 야누코비치) : 34.37%, 174석
티모셴코 블록 (율리아 티모셴코) : 30.71%, 156석
우리 우크라이나 당 (빅토르 유셴코) : 14.1%, 72석
공산당 : 5.39%, 27석
리트빈 블록 : 3.96%, 20석


총선 이전에 오렌지 연정(티모셴코-유셴코)의 부활 및 지역당-공산당 연정이 약속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일단은 오렌지 연정, 즉 친서방 계열이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의 득표율이 15%도 안된다는 사실에서 이미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서부 지역에서조차 유셴코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셴코와 티모셴코간의 의견 차이다. 둘은 2004년 오렌지 혁명 당시부터 협력해 온 파트너 관계였고 친서방 정책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 수준에서 둘이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 유셴코는 EU와 NATO를 동시에 가입하길 희망하는 반면,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는 러시아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NATO 가입에는 반대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연정을 합의한 것은 친서방 정책이라는 기본틀에는 동의하고 있었고, 야누코비치의 지역당이 상당한 수준으로 제1당이 된 상황에서 둘이 분열될 경우 서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 제1차 오렌지 연정 붕괴 직후 유셴코-야누코비치 연정 시절에 유셴코가 얼마나 많이 고생을 했던가.


지역당-야누코비치에 대한 견제와 친서방이라는 커다란 정책기조 속에 동조하던 오렌지 연정이 붕괴된 것은 결국 그루지야 전쟁으로 가시화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때문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속에 유셴코의 해답은 적극적인 NATO 가입을 통한 서방세계로부터의 안전 보장이었고, 티모셴코는 아예 NATO 가입을 하지 않는 걸로 러시아에 명분 자체를 주지 않으려 했다.

이 상황에서 다시 NATO 가입에 반대한다는 커다란 명제 속에 지역당과 티모셴코 블록이 연합해서 대통령 권한 축소 법안이 통과되었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달랑 72석이 전부인 반면 지역당-티모셴코 블록-공산당 연합은 357석에 달한다. 제2차 오렌지 연정이 붕괴된 지금, 조기 총선이 다시 치뤄지더라도 오렌지 연정이 부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유셴코-야누코비치 2차 연정 아니면 야누코비치-티모셴코 연정으로 갈텐데 둘 중 뭐가 되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는 제동이 걸린다.(특히 후자면 유셴코 대통령 본인도 퇴진을 고려해야 함)

그루지야 전쟁 종결 이후 푸틴에게 처음으로 들려오는 기쁜 소식이 아닐까 싶다.


P.S : 그래도 설마 붕괴될줄은 몰랐츰-_-;;


덧글

  • 네비아찌 2008/09/03 21:54 # 답글

    3차대전을 향해 가던 시계가 잠시 느려진 겁니까? 경사입니다.^^
  • Ladenijoa 2008/09/04 06:41 #

    사실 우크라이나야 말로 러시아가 양보할 수 없던 마지노 선인데 그 마지노 선이 지켜지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티모셴코 블록이 친서방이라지만 NATO 가입에는 반대하는데, 이것이 러시아가 용인할 수 있는 최대수준과 동일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빅토르 유셴코의 친서방 강경주의 세력이 무력화된다면 러시아와 유럽의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겠죠. 폴란드-체코 MD 문제가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 친한척 2008/09/03 23:18 # 답글

    결국 깨졌군요. 후세에 역사서를 쓰게 된다면 어쩌면 유셴코는 잠시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정도의 비중밖에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렌지 혁명은 좋았는데 그 이후에 암것도 못하고 있는 그 분....
  • Ladenijoa 2008/09/04 06:42 #

    빅토르 유셴코는 정국주도권을 잡지도 못했고 같은 친서방 진영에서도 티모셴코에게 철저히 가려졌습니다. 더군다나 제1차 오렌지 연정 붕괴 후 반대진영이던 친러 지역당의 야누코비치와 타협하는 등 이미지도 많이 깍아먹었죠.

    더군다나 러시아와 너무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국자적으로도 그다지 이득이 되지도 못했고, 이래저래 실패한 대통령으로 각인찍힐 듯 싶습니다.
  • 행인1 2008/09/03 23:51 # 답글

    아무래도 최근의 사례 때문인지 티모센코가 그나마 현명해보이는군요.
  • Ladenijoa 2008/09/04 06:43 #

    율리아 티모셴코 본인이 러시아 쪽과 연줄이 있다는 말도 있더군요. 현명하다...라는 표현보다는 철저히 이득에 부합되는 길을 걸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FELIX 2008/09/04 03:38 # 답글

    푸간지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군요.

    이번 신동아를 보니까 한러관계의 냉각이 장난아니던데 혹시 지금 한러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자료나 이야기를 조금 구할 수 있을까요?
  • Ladenijoa 2008/09/04 06:51 #

    1. 지난 달, 서캄차카 광구 개발사업에 대한 연장을 러시아가 거부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저런 사업은 연장을 해주는 게 관례인데 아무런 이유없이 연장을 거부했죠.

    2. 지난 정부때 러시아제 완제품 무기를 일부 추가 도입하기로 약정된 듯 싶은데, 이번 정부 들어서 완제품 도입을 한국이 파기하고 기술이전만 추진하기로 한 사건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기술이전을 거부하고 얼마 안 가, 국가두마(하원)에서 한국에 대한 LtL 기술 제공을 부결시킵니다.

    3. 정권이 수립된 지 반년인데 부시, 후진타오와 3회, 후쿠다와 2회 만난 이명박이 러시아에 간적은 없습니다. 일본 G8회담때 메드베데프와 약식 회담 한 게 전부고, 푸틴은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러시아 방문 일정은 아직 잡지도 못했고요.

    한국-러시아 관계는 김대중 정권때 위기를 맞이했다가 노무현 정권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호전되어 크게 발전했는데 이번 정권은 반년만에 대러 관계 파탄시켰습니다. (...)
  • 저거노트 2008/09/04 21:38 # 답글

    음.. 그나마 안정되었군요. 뭐,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은 할 말 없는 수준이고 말이죠. 제발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아스트랄하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 Ladenijoa 2008/09/05 17:09 #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은 단군 이래 감히 비할 정권이 없습니다-ㅅ-
  • FELIX 2008/09/05 02:49 # 답글

    답변 감사드립니다. 무기 부분은 잘 모르는 문제인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이것 말고도 신동아에 보니 이번 정권들어서 벌써 네명의 외교관이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국가대 국가보다 오히려 실무라인들쪽에서 많이 찍힌 듯?
  • Ladenijoa 2008/09/05 17:09 #

    원래 한국 외교에서 실무라인은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고, 사실 국가 대 국가 관계가 파탄나는 여파라고 봐야 할 듯 싶습니다.
  • 【天指花郞】 2008/09/06 11:10 # 답글

    내 봤을 땐 한국군이 생각이 있다면(특히 해군은) 두번 다신 러샤제 완제품 들일 일은 없을 듯 -_-;;
  • Ladenijoa 2008/09/07 03:08 #

    지상군은 더 사도 괜찮다고 보옿 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