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과 관련된 군 생활의 추억 일상생활

사실 군대에서 이발이면 이발기구(속칭 바리깡)를 이용해 휴일 및 휴식시간에 자율적으로 이발하는 게 보통입니다. 장병들이 이발하려고 정기적으로 외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수많은 장병들 머리 깍아줄 이발사가 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이발 역시 각 분대별로 담당자가 한 명씩 해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말이 담당자지 사람 없으면 아무나 대충 바리깡을 잡고 이발을 하기도 합니다.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짧게 깍는 게 목적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있던 부대에서도 물론 각 분대별로 이발도구를 활용하여 이발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다른 방법을 하나 더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시내에서 이발학원 학생들이 와서 매주 수요일마다 이발을 해주는 거였죠.(...)

일단 부대 특성상 시내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이발학원 학생들이 오는 건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부대 입장에서는 일단 각 분대에서 해야 할 일을 약간이라도 덜어주는데다 이발 수준이 높아지고 정기적으로 부대원들 이발을 시킬 수 있으니 좋은 일이고, 이발학원 입장에서는 지겨운 가발 대신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습을 할 수 있어서 좋죠.

다만, 아무리 군인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초보나 중급 단계 사람들은 안 오고 주로 졸업 및 시험을 앞둔 학생들 대여섯 명이 학원 선생님의 지도하에 오게 됩니다. 어쨌든, 부대원들은 이발하는 동안 마루타가 되는 기분이 없지 않기는 합니다만 아무런 자격도 없는 분대 이발 담당들에게 맡기느니 그래도 교육받은 실제 예비 이발사들에게 맡기자는 생각으로 매주 수요일을 기다립니다. 아울러 수요일 오후 일과를 이발을 빌미로 날려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이때를 놓치면 귀중한 휴식시간이나 휴일을 투자해서 이발해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입니까?

그러다보니, 한번에 50명이 넘는 부대원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줄을 서서 이발을 기다리는 개그가 발생합니다-_-;;;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기는 합니다만 어차피 일과 빼먹는 거라 다들 상관없는 거죠.

예비 이발사들은 이 많은 부대원들 머리를 일일이 깍아주느냐 고생이 심합니다만 다들 졸업 내지 자격증 시험을 코앞에 둔 경우라 불평 한 마디 않고 진짜 열심히 깍아줍니다. 다만 아직 자격증 없는 학생들이다 보니 가끔 실수를 하거나, 너무 소심한 나머지 얼마 깍지 못하고 선생님만 외치기 마련인데, 단 한 분뿐인 선생님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코치해주고 안되면 직접 가위를 들고 시범도 보이고...

이러다보니, 심할 경우 머리 한 번 깍는 데 대기시간 제외하고 최대 1시간(...)이 걸리는 촌극이 발생합니다. 군인이 머리가 길면 얼마나 길다고 그거 깍는데 1시간이 걸립니까? 분명히 다 깍았는데도 선생님의 합격 여부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머리 다 깍고도 10분동안 기다렸다 선생님의 품평회를 가진 후에야 해방되는 경우도 있죠-_-;;

가끔 가다가는 진짜 말 그대로 마루타가 되어 2, 3시간동안 꼼작 없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그거 고문입니다-_-;;) 운이 좋으면 한 30분만에 머리 깍고 바로 해방됩니다.

여하튼 이런 부대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해당 학원은 매우 풍부한 실습자원-_-;;;을 확보해서 학생들을 실습시킬 수 있었습니다. 부대는 부대대로 장병복지(-_-;;)의 일환으로 장병 이발 문제에 있어 커다란 개선(?)을 이룩했으며 병사는 병사대로 그냥 대충대충 밀어대는 바리깡이 아닌, 나름 섬세하게 신경써주는 이발사들에게 이발을 맡겨서 좋았으니 이거야 말로 진정한 Win-Win 게임.(쿨럭)


덧글

  • 가고일 2008/10/20 18:32 # 답글

    제가 바로 그 소대 이발담당이었죠...

    이것도 나름 사수 부사수 체계를 잡은지라 꽤 제대로 된 스킬이 전수되었습니다.
    간부들 머리도 자주 손봐주었죠.

    그런데.....부대 자체에서 이발도구 지원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낡은 바리깡과 가위를 물려주고 물려주다 결국 작살이 나면
    사수가 휴가나갈때 사비를 털어서 다시 사오곤 했지요.
  • Ladenijoa 2008/10/20 20:53 #

    사비 털어서 사오는 게 어디 이발도구뿐이겠습니까.....

    진짜 그런 것 좀 제대로 챙겨주었으면 싶습니다.
  • organizer 2008/10/25 21:48 #

    왠만하면 다 사비였지요. 총 닦을 걸레도 없어서 헤매고 있었는데...

    식기 세척하는 세제도 사제,, 숟가락도 사제....

    웃기는 군대였습니다.
  • 단순한생각 2008/10/20 18:43 # 삭제 답글

    그래봐야 In-Flight상황에서는 Ever-ready해야했던 주식회사 시절의 쇟에게는 절대 해당사항 없음. 이었츰. 쳇쳇쳇.

    (그러고보니 휴가나가기 전, 그러니까 6주마다 한번씩 머리를 깎았었군... -_-;)
  • Ladenijoa 2008/10/20 20:53 #

    6주마다 한 번이면 걍 사제 이발관 가도 되었을텐데 쀍;;
  • maxi 2008/10/20 18:45 # 답글

    그때 짬없을때 거기서 죽치면 존내 욕듣졈.

    그리고 말년에 짱박히기 정말 좋은 ㅋㅋㅋㅋㅋ
  • Ladenijoa 2008/10/20 20:54 #

    짬 없어도 다들 짱박혔어요. 기다린다는 명목으로 데굴데굴

    머리 다 깍이면 얄짤없이 텨가야 하지만-ㅅ-
  • 구데리안 2008/10/20 19:55 # 삭제 답글

    리발병이라.

    그러고보니 소대 신삥(..)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직책에 따른 부사수(..)여부를 정하는거였지..

    ......오죽했으면 기관총 사수 보다 기관총 부사수가 더 장비를 잘 조작하냐란 소리가 나올정도로 모든 면에서 "부사수"는 실질적인 행위자를 의미함.
  • Ladenijoa 2008/10/20 20:55 #

    그러고보면 사수-부사수 제도가 참 괜찮은 제도이긴 함. 아예 근본적으로 바꿔버리고픈 생각이 들지만;;
  • 【天指花郞】 2008/10/20 20:21 # 답글

    후반기에서 4주 교육받고 온 이발병이 말년병장 X창 내줄 때의 기분을 느껴 본 적 있소? -_-;;
  • Ladenijoa 2008/10/20 20:54 #

    ....충격과 공포구랴
  • bearstone 2008/10/22 00:30 # 삭제 답글

    제가 근무한 대대에서는 사회에서 이발하다 온 병사가 전문 이발병이었죠.
    모든 병사 이발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간부와 본부포대 인원 이발은 이친구가
    전담했었습니다. 간부들이 이발할때 마다 내는 1-2천원을 모아서 이발기구도
    수시로 개비하고, 이발실도 따로 있고 꽤 편했는데 이친구 제대하고 후임이
    없었지요,,, 제가 FSO할때 이친구를 유선병으로 달고 다녀서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뭐하는지,,,
  • Ladenijoa 2008/10/22 15:02 #

    오옿 이발하다 온 분이면 진짜 이발병이 있었으면 2년간은 진짜 무난했겠습니다. 다만 그 분 전역하고 난 다음이 진짜;;
  • 푸른별빛 2008/10/22 16:39 # 답글

    이발학원 학생들이 주로 여자분이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빼먹으셨군요...

    저희 부대만 그런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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