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6일
공화국의 자력갱생에 대한 어느 시각
전영범은 최근에 이르러 자기가 기사장이 주장하여 내밀었던 자체 전극생산기지에 실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그것을 운영해본 결과 그것을 마다한 지배인의 의견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체전극은 생산하는 것부터 노동자들을 혹사시켰으며 그 실수율을 60%밖에 보장하지 못하였다. 그런데다 용해과정에 산화가 심하여 끊어지는 일이 빈번하였고 그것 때문에 용해시간이 길어지고 끊어진 전극을 잇느라고 용해공들이 이글거리는 로천정 우에서 땀을 동이로 흘려야 했다.
쇠물 톤당 전극소비량은 수입전극(다른 곳에서 쓴 것을 보면)이 12kg인데 자체로 만든 것은 60kg 이상이나 엄청나게 초과되었다. 그런 것조차 흑연, 피치를 비롯한 원료와 자재를 계속 구입해 들이는 것이 보통 난문제가 아니었다. 5월에는 자개가 걸려 전극을 얼마 만들지 못했으며 그리하여 전기로를 11일밖에 돌리지 못하였다. (중략)
"우리는 자력갱생하여 살아가기 위한 길을 찾는 데서도 오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일까지 생각해야 하며 공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국가적인 범위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을 꼭 고려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자력갱생한다는 이름 밑에 그저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것저것 덮어 놓고 마구 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이익보다 손해밖에 가져올 것이 없습니다."
단어나 문장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듯이 무려 공화국에서 정식으로 출간된 소설입니다-_-;;; 제가 살다살다 공화국에서 나온 소설의 문장 및 문구에 동감을 할 때가 다 있군요;;; 자력갱생에 대한 실상을 드러내며 비판하고 있죠. 저 부분은 용광로 운영에 있어서 외국 수입품 대신 자력갱생의 원칙에 의거하여 자체적으로 생산한 물건을 쓰다 엄청난 낭패를 보고, 결과적으로 차라리 걍 수입해 쓰는 게 이득이라라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자력갱생 원칙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에 해당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같은 국가 및 사회 체제에서 저런 글 쓴다는 거 자체가 당과 국가에 대한 도전이지만 무려 출간씩이나 되었으니 당시 북한에서 저 정도의 비판은 어느 정도 허용하고, 아울러 자력갱생을 포기하고 어느 정도 국가를 개방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해당 작가는 2001년 김일성상을 수여받죠.(말 그대로 작은 동상;;)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은 우리 인민의 전통적인 혁명정신이며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혁명적대고조를 일으켜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p.s : 해당 소설은 저 부분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에 걸쳐 북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잘난듯이 떵껑거리며 으리으리한 집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당 간부들 이야기나, 전문성 없이 무책임하게 경제문제를 대충 관리하는 당 일꾼들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죠. 이러고도 숙청 안 당했다는 게 용합니다-_-;;
물론 숙청당할 것을 우려한 작가는 조선문학 2002년 2월호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변명합니다.
"자력갱생은 마땅히 수익석을 보장하는 원칙에서 진행되어야지 당면하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식으로 해서는 나라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리득을 주겠는가. 하기에 답습이 아니라 창조적인 것으로 그것도 세계적 수준에서 해야 경제강국 건설에 크게 이바지 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생각이 깊어 갈수록 선뜻 붓을 들 수 없었다. 작품에 자칫 형상하였다가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 발휘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의 지향에 저촉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앞섰던 것이다."
자기는 자력갱생을 비판한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공화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래야죠(...) 그런데 기사 검색으론 최근 행적이 포착되지 않는군요-_-;;;
# by | 2008/11/16 05:41 | 사회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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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래서 남북은 하나란 말인가... -_-;;
하지만 다시 분위기가 경색되면 숙청 크리
중용의 도는 옛날옛적에 바이바이
...물론 그런 작가들은 천리마 운동 이후부터는 언급 불가로 바뀌지만요
뭐 저는 대출도 아니고 그냥 예전 교양강의때문에 산 북한 관련 서적에 살짝 언급되어 있는 부분을 읽었을 뿐이고요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혁명적대고조를 일으켜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북한 기관지 로동신문 9월 12일자 사설 ‘공화국창건 60돌을 성대히 경축한 기세로 총돌격하자’ 中
- 언제봐도 이들의 전투적인 어휘구사는 ㅎㄷㄷ이네요.
워낙 익숙해져서 지금은 그러려니... 수준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