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공기 사회에 대한 관심

오늘이 벌써 11월 23일이군요. 1년 전 이무렵만 해도 BBK니 뭐니 하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방이 있었고 공식 선거전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론은 압도적으로 이명박을 몰아주고 있었죠. 인터넷상의 여론만 봐도 그랬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건데, 사회의 공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기에 그만큼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인터넷 공간에서마저 보수의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파업 뉴스라도 나오면 달리는 댓글 중에 절반 이상이 파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취직된 거나 감사히 여기라는 식으로요.

선거전에도 비슷했습니다. BBK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여론이 잠깐 흔들리긴 했지만 여전히 주요 댓글의 상당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공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전 선거나 정치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습니다. 친구들이 다 이명박 지지에 反노무현이었던 반면 저는 절대적인 反딴나라당주의자에 친노를 자처하는 인간이었으니까요.

요즘은 세상이 달라진 거 같습니다. 1년 전과 지금 제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거 맞나 하는 의심이 들고 있습니다. 반 년 전의 보수적인 여론의 기류가 순식간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 달리는 거 보면 성향이 180도 돌변했습니다. 파업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예전처럼 "취직한 걸 다행으로 여겨라"가 아니라 "꼭 이겨서 좋은 결과 있기"와 같은 응원의 글과 왜 파업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동조의 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다음, 네이버, 야후, 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 가리지 않고 말이죠.

파업 뉴스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관련 뉴스에서는 대북 퍼주기 하냐고 도배되던 댓글들이 지금은 통미봉남당하게 생겼다는 댓글로 바뀌었습니다. 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경제 뉴스겠죠. 여전히 취직은 안 되고 물가는 오른다고 도배되고 있습니다. 물론 1년 전에는 "노무현 경제 더럽게 못하네"였지만 지금은 "이명박 캐쉥키 7% 성장한다메?"입니다만-ㅅ-

인터넷 공간만이 아닙니다. 사회의 공기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명박을 욕하고 차라리 노무현이 나았다라는 말을 하고 다닙니다. 내가 왜 노무현을 욕하고 이명박을 찍었을까 후회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 매우 많이 보입니다. 위에서 말한 이명박 지지, 反노무현 성향이던 친구와 최근 만나 술자리를 가졌는데 3시간동안 술집에서 이명박 까대는 걸 안주 삼으며 버텼습니다-_-;;

그 원인은 일단 10년만에 집권한 한나라당과 보수층이 집권세력으로서의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제 살리라고 뽑아준 대통령은 열심히 경제 말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불과 1년만에 이렇게 한국의 전반적인 사회 흐름을 180도 돌려놓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 부재 이전에 사회 여론의 가변성이 너무 크다는 것도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에 가변성이 너무 없으면 그 사회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소멸되고 맙니다만 이렇게 가변성이 너무 크다 보면 이리저리 쉽게 움직이고 흔들리면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변성 자체가 없는 거보다야 낫습니다만...

여론의 가변성이 이렇게 크다는 건 지도층이 참 막장이라는 소리임과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이 작은 이슈 하나하나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 뚜렷한 방향 없이 그때그때에 따라 별 생각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바꿔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소리이고, 특정 매체에 의한 사실이나 정보의 왜곡에 쉽게 놀아난다는 의미인 지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결론 : 낮잠이 오는 와중에 쓴 뻘소리


덧글

  • 소시민 2008/11/23 14:55 # 답글

    마지막 문단에 동의합니다.

    지금 반 MB, 반 수구세력이라 하는 인터넷 상의 무리들도

    그 들이 욕하는 수구세력의 편향적인 정보 습득, 무조건적이고 감정적인 비난

    을 답습하는 것 같아 많이 우려됩니다.

    자신의 견해를 주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갈망이 큽니다. 이러한 것에 관심을 쏟을 겨를을 주지 않고 용인에 한계선을

    두는 경제동물화 된 사회구조도 밉네요.
  • Ladenijoa 2008/11/24 12:11 #

    크게 바라지도 않고 그냥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살았으면 싶습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말이죠. 자신에 왜 그런 생각과 주장을 했고 그 바탕이 무엇에 있는지...
  • 윙후사르 2008/11/23 15:10 # 삭제 답글

    소시민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이상하게 우리사회는 이런 사람들 참 많지요. 그건 그렇고.. 현 정부 개막장입니다. 근데 불안한게 이런 식으로 가면 무슨 일 터질 것 같습니다.
  • Ladenijoa 2008/11/24 12:11 #

    현 정부가 개막장이긴 한데 앞으로 어떤 일이 터질지는 워낙 예측불허라;;
  • 레인 2008/11/23 15:40 # 답글

    일어난 다음에 수정 버튼이나 삭제를 누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
  • Ladenijoa 2008/11/24 12:12 #

    차라리 게임이면 Del 버튼을 누르거나 Load 버튼 클릭하면 되는데 이건 게임이 아니니 ㅠ.ㅠ.
  • 계원필경 2008/11/23 15:40 # 답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판단 기구가 필요한 때이죠(무조건까지 말고 까더라도 대책을 세우고 깠으면 좋을 뿐이죠...) -> 다만 현재 정부는 많이 안좋은 상황이고 상태도 안좋죠...
  • Ladenijoa 2008/11/24 12:12 #

    중립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각 개인별로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싶어요. 너무 쉽게 좌우되지 않는...
  • 원래그런놈 2008/11/23 16:03 # 답글

    정말로 많이 변했다고 실감하는 1인....

    지금도 지역촛불이란 것에 나가는데 정말 놀라운 것은 촛불시위 이전에는 정치에 정자도 관심이 없어보이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일중에도 짬잠히 시간내서 그렇게 꾸준히 열성적으로 일한다는 모습에 정말 놀라게 된답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닌 서른명도 넘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연령도 다양해서 25세(제가 막내임...)에서 70대 노인분까지 허허....

    정말 1년만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언제나 느끼게 된답니다.
  • Ladenijoa 2008/11/24 12:14 #

    정말 빠르게 변했죠. IMF급 크리를 얻어맞은 것도 아닌데 이정도의 급격한 사회기류 변화를 맛보다니 참 씁쓸합니다.
  • 원래그런놈 2008/11/23 16:12 # 답글

    다만 아쉬운 것은 내 뒤에 올 20대 초반분들의 부제가 가장 아쉽다는....... 아 한분 있군요... 허허 -0^;a 하지만 24...... 여하튼 내년되면 신입생을 꼬셔야 아니 설득을 해야겠습니다~
  • 녹두 2008/11/23 16:40 # 답글

    확실히 마지막 문단은 걱정 되네요....
  • Ladenijoa 2008/11/24 12:14 #

    걱정이죠 진짜;; 에효
  • rumic71 2008/11/23 19:19 # 답글

    성량의 가변성일 뿐입니다. 인터넷은 1인 1표가 아니거든요.
  • Ladenijoa 2008/11/24 12:15 #

    확실히, 인터넷에선 성량의 가변성도 염두에 둬야 겠군요.

    하지만 오프라인도 온라인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가변성 체감을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라;;
  • 미류나무 2008/11/23 19:22 # 삭제 답글

    여전한 것도 있습니다.

    경제만 잘 되면 무조건 OK~
    돈 좀 만지게 해주면 무조건 OK~ 라는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경제이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만능 해결사가 아닙니다.
    국가적인 모든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하는 자리입니다.

    경제이 힘들니까 노통을 까서 개혁에 필요한 힘까지 빼버리고
    그래도 경제가 안돼니까 지금 명박을 까고 있지요.

    아마 경제만 잘 됐으면 무현이든 명박이든 무조건 OK~ 였을 겁니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교육의 부재이 원인이 될터이고
    경제만 잘 되면 지상낙원이 올거라는 순진한 믿음이기도 하지만요.
  • Ladenijoa 2008/11/24 12:17 #

    그 빌어먹을 경제 우선주의.

    뭐랄까, 진짜 인내심 없고 결과만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 저도 다를 바는 없습니다만... 사실 그 점에서 더 이상 경제성장률 수치에 연연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한 작년 대선 당시 모 정당 경선후보의 말이 참 공감되는데...

    사람들은 전혀 공감을 하지 않더군요-ㅅ-
  • 미류나무 2008/11/23 19:36 # 삭제 답글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경제 만능주의가 된것은
    역설적으로 박정희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신화 덕분이겠군요.

    기성세대가 그 성공신화에 대한 뿌듯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한
    진정한 개혁은 힘들기에 세대교체가 필요할겁니다.

  • FELIX 2008/11/23 19:50 #

    박정희의 성공신화는 사실 당대세대보다는 그 세대를 살지 못했던 20대에 더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세대는 그시절에 고생을 죽도록 했지만 이후 세대들은 그 과실만 따 먹은 세대거든요.
  • 일곱 혼돈 2008/11/23 20:03 # 답글

    제가 제일 불안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노해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호황이라고 했지만 그 과실을 제대로 나눠갖지도 못했죠. 그 박탈감이 2MB를 당선시켰고, 촛불 정국으로 MB를 식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솔직히 인정합니다, 촛불 집회는 선동에 흔들리고 과격했던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폭력 행사라는 것을 보니 운동권 사주는커녕 다 성난 시민들의 소행이었습니다. 이게 제일 두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대공황 이후 미증유의 위기가 닥쳤습니다. 겨울이 오는 것이지요. 얼음과 불의 노래식으로 하면 저 월(wall) 너머 북쪽 숲속에서 암흑과 야만족들과 야수들과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계절입니다. 그나마 합리적입네 하는 자들도 출몰하는 악령들(칼 세이건 식으로) 때려잡기에 바쁠 뿐, 그 악령들을 개떼처럼 몰고 올 겨울에 대해서는 무대책이더군요. 솔직히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을지.....
  • Ladenijoa 2008/11/24 12:18 #

    자아 겨울입니다. 안 그래도 겨울은 난방비 등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나 생활고 문제의 압박이 큰데 어떻게 되려나요. 그나마 유가가 폭락 중이라는 걸 정부는 다행으로 삼아야 겠지만 환상적인 환율은 실로 무서운 물가상승의 압박을 가져올 겁니다.

    그 분노가 어떻게 터질지;;
  • 【天指花郞】 2008/11/23 23:10 # 답글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쿨한 척 하며 신선놀음 하는 양반들도 있으니 말이오. ㅎㅎ~
  • Ladenijoa 2008/11/24 12:19 #

    제외작가의 한 마디에 세대작자가 매우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솧
  • 애독자 2008/11/24 08:08 # 삭제 답글

    흠......제가 있던 곳에서는 작년 이맘때에도 2MB를 까던 분위기였습니다.수구꼴통의 본산이라고 놀림당하는 지역이었는데 말이죠. 아직 생각나는 것 하나는 어떤 분이 이명박을 반대하는 이유가 그 눈매가 사람을 죽일 눈(독사의 눈)이라는 거였죠.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분을 한 분 뵌 적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2MB이 인상이 안 좋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가변성 문제야 원래가 그랬으니(먼눈).
  • Ladenijoa 2008/11/24 12:19 #

    ㄷㄷㄷㄷ 어느 곳에 거주하시길래;;

    이명박의 인상이 좀 안 좋긴 하죠-ㅅ-;; 거의 대등한 대결이었으면 인상때문에 낙선할 사람이 이명박이라;;
  • 일곱 혼돈 2008/11/24 19:53 #

    만약 영남이시라면, 사실 그쪽에서는 2MB는 서자로 보고(아무래도 오사카 태생에, 수도권 색채도 강하고....) 진짜 적통은 그네꼬히메(가카의 딸!)로 본다고 하더군요. 한나라당을 찍어준 것도 그네꼬히메를 보고 찍어준 거지 MB공 보고 찍어준 건 아니라나.....
  • 애독자 2008/11/25 21:26 # 삭제

    일곱 혼돈님->확실히 "박근혜가 나왔으면......"하고 말을 흐리는 분들이 있었죠. 그런데 그 당시에 2MB를 깠던 이유는 위에서 든 인상하고 대운하였습니다. 대운하 때문에 손해나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대운하는 상당히 싫어하시더군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이유는 바로 저 뱀눈때문이었습니다OTL
  • Empiric 2008/11/24 12:05 # 삭제 답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공약을 믿는 국민들도 문제인지라..(..)
  • Ladenijoa 2008/11/24 12:20 #

    그거 참 문제입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뒷북치죠(...)
  • 진시연 2008/11/24 14:52 # 답글

    가끔 놀러와서 진중한 글 읽고 가는 사람입니다. 독재정권의 우민화 교육이 아주 잘 먹혀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은 갈수록 독서도 안 하고 신문도 안 읽고 생각도 안 하는군요.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 못한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 많은지 한탄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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