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해군 잠수순양함 NN3 쉬르쿠프(Surcouf) History

잠수 항모 하면 역시 가장 유명한 것은 대일본제국이 마지막까지 덧없는 희망을 놓치지 않으며 만들었으나 결국 한 번도 못 써먹은 I-400이 떠오르지요. 그런데 일본 애들이야 전쟁 말기에 어떻게든 반격을 해보겠답시고 만든 발악의 극치 차원에서 이해라도 가지만, 대전이 터지기도 전에 잠수항모(?)의 개념을 개척한 선구자가 있었습니다.

때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무려 1927년. 5년 전의 워싱턴 군축 협정의 결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5대 열강 제국은 서로 해군력 증강에 제한을 가하고 추가적인 주력 함정의 건조를 중단하기로 합니다. 워싱턴 군축 협정은 주로 전함급 함정에 집중되어 있었고, 때문에 이때부터 전함 대신 다른 함정을 통한 해군력 확장으로 각국 정부는 눈길을 돌립니다.

예외로 인정된 전력 중 하나가 잠수함. 1차대전 당시 대서양 해전에서 U-Boat의 활약을 지켜 본 열강들은 잠수함 전력에 대해서도 진지한 의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습니다. 주포를 탑재하고 원거리 순양항해가 가능하여 수상함과 포격전(...)이 가능한 잠수함. 잠수 순양함의 개념입니다.

1927년 12월에 발주가 들어가 1929년 10월에 진수한 프랑스 해군 소속 NN3 쉬르쿠프(Surcouf)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쉬르쿠프급 잠수순양함 1번함.

만재배수량 4,304톤. 7,600마력의 디젤엔진 2개를 장착하고, 수상 최대속도 18.5노트, 수중 최대속도 10노트. 10노트 수상항해시 18,500km, 13.5노트 수상항해시 12,600km의 작전반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최대 작전가능기간은 90일. 대형함이다 보니 승무원도 무려 118명이나 탑승했죠.

무장도 매우 막강했습니다. 37mm 대공포 2문과 13.7mm 대공기관총 4정. 주무장은 무려 1924년형 2연장 8인치(203mm) 주포. 거기에 잠수함 본연의 무장인 어뢰 발사도 가능해서 550mm(22인치) 어뢰발사관 8문, 400mm 어뢰발사관 4문(16인치)이 있었습니다. 보유 어뢰는 550mm 14발, 400mm 8발. 해안 상륙을 위한 소형 전기모터 추진 보트도 1척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또, 당시 전함이나 순양함들이 필요로 하고 있던 표적획득수단, 즉 정찰기도 있었습니다. 쉬르쿠프에 탑재, 운용하기 위해 새로이 개발된 전용기 MB 411. 주 목적은 정찰 및 표적획득이었으나 주제에 무려 뇌격도 가능했습니다.

본래 쉬르쿠프급은 총 3척이 건조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건조 시작연도와 진수연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길. 예, 진수 직후 대공황이 왔습니다.(...) 군대에 쓸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닥치고 줄여야지. 더군다나 새로운 개념을 잔뜩 실은 모험정신이 가득한 배가 바로 쉬르쿠프여서 3척씩이나 건조하는 것도 좀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쉬르쿠프의 후속함 건조 계획은 최우선적으로 취소됩니다.(...)

사실 잠수 순양함이라는 개념은 매우 새로운 것이어서-영국에서 몇 년 전에 잠수순양함 X1을 운용한 적은 있기야 하지만 X1도 한 10년 굴리다 영 안되겠다고 퇴역해서...- 운용개념을 새로이 정립해야 했습니다만 프랑스 해군은 만든 후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잠수함으로 굴리자니 너무 대형함에 화력은 강했고, 그렇다고 정규 함포전을 하자니 이거 포탄 몇 발 얻어맞으면 바로 꼬로록이고 말이죠. 딱 전형적인 통상파괴함 성격이랄까요.

어쨌든 이왕 만든 배 굴려야지... 하면서 프랑스 해군은 나름대로 쉬르쿠프를 운용했습니다만 하필이면 1940년 5월. 쉬르쿠프는 브레스트 항구에서 정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총통 각하의 군대는 영프 연합군을 무참히 무너트리며 프랑스 본토 깊숙히 진격해오고 있었고, 마침내 독일의 기계화부대가 브레스트 항구 코앞까지 다가오자 쉬르쿠프는 항구를 탈출, 동맹국 영국의 폴리머스로 피난을 갑니다. 그 직후, 프랑스 정부는 백기를 들었죠.(...)

오갈 때 없는 쉬르쿠프는 일부 동료함들과 함께 이름뿐인 자유 프랑스 정부 소속 해군 소속이 됩니다만 하는 일이 있어야죠. 기껏 하는 일은 패트롤 임무였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쉬르쿠프의 본격적인 실전 투입은 1941년 12월은 되서야 이루어집니다. 뭐, 실전이랄 것도 없고 헬리팩스 반도 앞에 비시 프랑스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생피에르 섬 및 미켈론 섬의 탈환전에 참여한 건데, 비시 프랑스군의 저항이랄 것도 없어서(대서양 연안을 모두 상실한 비시 프랑스 정부가 영국 해군을 뚫고 대서양을 건너 원군을 보낼 수도 없고.) 거의 무혈 입성 수준의 전투였습니다. - 다만 이 전투는 자유 프랑스 정부와 미국 정부에 상당한 갈등을 빚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이 작전 직후인 1942년 2월, 쉬르쿠프는 파나마 근처에서 침몰합니다. 화물선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다, 미군의 오폭으로 인한 것이다 등 온갖 설이 돌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건 밝혀진 게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쉬르쿠프가 독일의 스파이 짓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서 미국이 일부러 격침시켰다는 말도 있더군요-_-;;;;

사실 쉬르쿠프는 잠수 항모라기보다는 처음 계획한 대로 잠수 순양함으로 불려야 마땅합니다. 영국의 잠수순양함 X1의 뒤를 잇는 본격적인 잠수 순양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처음으로 함재기를 운용한 잠수함이라는 점에서 잠수항모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배죠. 잠수함에서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다른 열강국가들에서도 있었으나 실제 운용에 성공한 건 쉬르쿠프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일본의 I-400 뿐이었고요.


P.S : 위키 날림 번역으로 포스팅 하고 나서 다음 검색해보니 저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올리신 분이 계시더군요-ㅅ-;;;

파나마에 잠든 프랑스의 잠수항모 - 쉬르쿠프Surcouf(NN3) 이야기 #1
파나마에 잠든 프랑스의 잠수항모 - 쉬르쿠프(NN3) 이야기 #2
잠수항모 서쿠프의 스펙과 탑재기

다음 블로그에서 활동하시는 祈遇 기우님의 글인데 제 글보다는 훨씬 자세하군요. 추천합니다^^


덧글

  • 행인1 2008/12/03 15:42 # 답글

    모험과 도전의 축약판인 함선이군요.
  • Ladenijoa 2008/12/03 21:26 #

    예, 여러모로 새로운 개념이 많이 적용된 함정인데 운용면에서는 그닥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듯 합니다.
  • 【天指花郞】 2008/12/03 16:57 # 답글

    크, 크고 아름답구려![먼바다]
  • Ladenijoa 2008/12/03 21:27 #

    제외의 시베리아였던가 사하던가 그쪽 수군에 많은 참고가 될 듯 싶솧
  • 【天指花郞】 2008/12/03 23:49 #

    사하는 1만톤짜리 잠수함 만들거라능![먼바다]
  • 금린어 2008/12/03 19:19 # 답글

    막장영화 '로렐라이'가 생각나네요;
  • Ladenijoa 2008/12/03 21:27 #

    로렐라이라면 일본 잠수함이 제3의 원폭 탑재 폭격기를 요격하러 간다는 그 영화군요;;
  • 윙후사르 2008/12/03 19:45 # 삭제 답글

    다음 토탈워에서 올라온 글에 의하면 미국과 자유 프랑스가 침몰 당시에 매우 껄끄러운 사이였다고 하더군요. 거기 글에 의하면 미국이 은근슬쩍 침몰시켜버렸을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군요.
  • Ladenijoa 2008/12/03 21:28 #

    사실 미국 정부는 비시 프랑스 정부를 인정하고 있었습니다-ㅅ-;; 당연히 자유 프랑스와 관계가 별로였는데 그 와중에 대놓고 (미국이 인정하는) 비시 프랑스령 영토를 자유 프랑스군이 공격한게 본문에 나오는 생피에르, 미켈론 섬 공략입니다.

    저 두 섬은 미국 코앞이기도 해서 미국의 분노가 매우 컸죠.
  • 샤른 2008/12/03 22:07 # 답글

    스펙을 보니 딱 통상파괴용인데, 실재로 그런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았나요?
  • Ladenijoa 2008/12/04 13:43 #

    실전 투입이라고는 약 18개월인데 그 중 대부분을 평범한 초계활동으로 보냈습니다. 사실 통상파괴는 추축국에 더 중요한 요소였고 연합군은 통상보호를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요
  • 샤른 2008/12/04 17:12 #

    아, 그랬었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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