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대인배성

일레나 로스 레티넌 (Ileana Ros-Lehtinen)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쿠바계 미국인이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을 역임하고, 그 다음에 플로리다 주 상원에 선출되었으며, 이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되어, 최초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쿠바계 미국인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새겼다.

그녀는 공화당 소속이며, 쿠바계 출신이라는 점때문인지 부시 행정부의 대외 강경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매파이며, 특히 쿠바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동료 의원들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소속 위원회도 하원 외교위원회이다.

그러나 상원도 아닌 하원 의원인데다가 위원장과 같은 요직을 차지한 적도 없고 그런 요직과 거리도 멀으며 중앙당의 핵심에 놓여져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장난전화(?) 사건에서 레티넌 의원이 장난전화라고 직감하고 전화를 끊은 것은 상식적이고 현명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냥 평범한 하원의원일 뿐이며, 그것도 공화당 의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전화가 와서 "나 오바마입니다." 하면 믿기 어려운 것이다. 오바마가 왜 하찮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까? 결론은 하나다, 방송국의 장난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를 건 게 진짜 오바마였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결국 통화가 성사된 직후 레티넌 의원이 "당신은 상대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자상하거나, 혹은 더 이상 전화를 걸 사람이 없어진 거 아니냐?"라는 말을 했을 정도인데, 사실 이 말이 맞다.

오바마가 무서운 건 바로 이 점이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상대방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그 전화가 무시당했음에도 비서실장을 통해 재시도하고, 또 무시당했는데도 결국 세번째만에 통화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화를 내지도 않고 "내가 자만해지게 되면 미첼(오바마의 부인)이 이번 일을 말해줄 것"이라도 가볍게 응대했다.

오래간만에 미국 대통령으로 대인배가 나온 기분이다. 그냥 평범한 흔해빠진 이상주의자나 운이 좋아 여론을 타고 당선된 신진 정치인의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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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denijoa | 2008/12/07 15:05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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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애독자 at 2008/12/07 15:14
마지막 오바마의 말은 셜록 홈즈가 노란 얼굴에서 왓슨에게 한 말을 연상케하는 데가 있군요. 어쨌든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원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초기에는 잘하다가 뒤에가서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1
확실히 앞으로 지켜볼 여지가 많습니다만 첫 인상은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2/07 15:22
올리셨군요..^^

역시 대인배(들)의 나라인가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2
미국에서도 대인배가 나오기는 매우 오래간만이지요
Commented by 로리 at 2008/12/07 15:37
저게 노린 정치적인 쇼라고 해도 진짜 대인배적인 세트를 만들고 그렇게 흘러가도록 한 모습이 대단하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2
예, 의도된 설정이라면 참 무섭죠-ㅅ-
Commented by 친한척 at 2008/12/07 16:45
오바마 배포 하나는 두둑하군요. 저 의원님도 근데 참 대단....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2
둘 다 시대의 대인배이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곤충 at 2008/12/07 17:45
정말 저 기사 보고 든 생각이 '대인배'였죠.
진정한 의미에서 거꾸로 가는 시간을 다시 미래로 돌리실 대인배분은 오바마횽 뿐.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3
오바마를 무조건 믿기는 그렇지만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오히려 대인배다 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답니다.
Commented by 알츠마리 at 2008/12/07 18:05
...삼고초려가 아니라 삼통화초려인 겁니까.;D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3
삼고통화죠 데굴데굴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8/12/07 18:09
대단하군요...ㄷㄷㄷ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3
무서운 사람입니다 확실히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8/12/07 18:35
아, 저 사람이 쿠바계였군요. 그리고, 공화당 매파. 뉴스를 봤을 때보다 좀 더 감이 오는군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3
예 현재 유일의 쿠바계 의원입니다. 그 상징성이 확실히 큰 사람이죠
Commented by 레인 at 2008/12/07 18:57
양쪽 다 고수군요 ㄷㄷㄷ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4
고수입니다. 대범하게 받아 넘기는 사람이나, 먼저 실례 범한 상황에서도 농담하는 사람이나;;
Commented by 【天指花郞】 at 2008/12/07 19:29
근데 통화 내용은 뭐였소? -ㅁ-;;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4
통화 내용은 비공개인데 아마도 대 쿠바 정책 관련 이야기 아닌가 추정만 하고 있다옿
Commented by Leonardo at 2008/12/07 20:03
양쪽 다 고수군요(2)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4
예,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저쪽을 좀 본받았으면...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8/12/07 20:08
막상 통화가 연결되고나니 통화내용을 까먹었다든지...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4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ghistory at 2008/12/07 20:17
미국에서 의회 외교업무의 실권은 상원이 차지하는데 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5
저도 미국 의회구조는 복잡해서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8/12/07 20:19
대인배스러운 정치를 뼐쳐주기를.....

다음 선거에선 우리도 '대인배'대통령 좀 뽑을 수 있었으면~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5
대인배... 누가 있으려나요 한국 정치인중에 orz
Commented by 창천 at 2008/12/07 20:29
역시 대인배...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7
그렇죠 대인배죠...
Commented by 쥬뎃카 at 2008/12/07 20:30
진짜 미국 복 받았네 이번에.........확 건너갈까??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7
그런데 미국 경제가 워낙에 안 좋아서 건너가기에도 좀^^
Commented by 흐음 at 2008/12/07 21:02
다 좋은데....왜 전화했대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7 21:57
정책자문일텐데, 통화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눈보라소년 at 2008/12/07 22:31
저...저거!!

물건은 물건이군요. 대단하긴 합니다 ㅋ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3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대단한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황제 at 2008/12/07 22:32
오바마의 수작질이라도 무섭겠지만, 저게 진심이라면, 진짜 무섭죠.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3
진심이면 진짜 무서운 사람입니다...
Commented by 로베르타 at 2008/12/07 22:35
경제,정부 재정도 말아먹고 서민이 죽겠다고 해도
전 정부의 꼬투리 잡기에만 혈안이 된 어떤 나라 수장과는 정 반대의 대통령이시군요.

오바마는 흑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종이 화합하는 진정한 미국을 만드려는 생각 일까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4
오바마가 아무래도 혼혈에다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보니 화합을 보다 더 중요시여기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사칙연산 at 2008/12/07 22:45
저게 그의 진면목이면 진짜 대인배고
의도된 '쇼'이면 더더욱 무서운겁니다;

으아 오랜만에 인물났네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4
전 그게 진면목일 경우가 훨씬 더 무섭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미류나무 at 2008/12/07 23:45
어느 분한테 들어보니
사실은 뒤에서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원한 것은
오바마를 허수아비로 조종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그들에게 미국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도구일뿐이고요.
근데 오바마가 이런 대인배라면 정말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걸까요?

조지 부시 2세라면 또 몰라도 말입니다.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4
오옿 그림자 정부 오옿
Commented by 풍신 at 2008/12/08 00:09
노린 것이건 진심이건...둘 다 무섭군요. (한국 정치가들에 비교하면...)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4
예, 한국 정치인들과 레벨이 다릅니다.
Commented by 無名공대생 at 2008/12/08 00:24
오바마가 그래서 진정 무서웠지요. 대학교에서도 토론장할때도 상대 경향의 사람들도
오바마라면 토론장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할 정도였으니...(2007년도 KBS 일요스페셜이었나?)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5
사실 오바마는 일리노이 주 하원의회 시절부터 공화당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매우 좋았다더군요
Commented by Mr한 at 2008/12/08 06:30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명박이 횽님도 매우 다른 의미에서 대인배이긴 하죠.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5
정반대의 대인배!
Commented by Earthy at 2008/12/08 06:55
진짜 대인배는 대인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절대 막장 국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

우리 나라는... 후우... 못피는 담배라도 물고 싶네요.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05
어흑 담배값이 아까운데 그 지출을 강요하고 있군요
Commented by 炎帝 at 2008/12/08 11:21
대인'배'라는 단어 자체는 좀 아니다 싶지만
(배라는 말이 원래 상대를 낮춰 부르는 단어라는군요.)

확실히 그릇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이 가는군요.


그리고 오바마가 한 말은
["내가 너무 거만해지면, 아내 미셸(Michelle)이 '당신 전화를 두 번이나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줄 것"]
이었다더군요


근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06/2008120600001.html
이 뉴스에 나온 사진보다 더 찌셨군요.; 이 뉴스는 언제적 사진인거지?;;;;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15:10
오바마가 한 말은 사실 조선일보 기사의 보도나 제가 쓴 글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직역과 일부 의역이 들어간 차이랄가요. 사실 외국 유명인이 한 말이 국내에 소개될 때 여러 버전이 있는게 번역 문제입니다. 사실 직역이건 의역이건 제대로 번역만 하면 되는데 아예 오역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갖고 온 레티넌 의원 사진은 위키피디아의 레티넌 의원 항목에서 찾아온 겁니다. 어느 게 더 최근의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달로스 at 2008/12/08 15:18
삼국지에서 조조가 생각나네요. "적이였건 뭐였건, 현재 쓸수 있는 사람은 다 쓴다"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22:52
지금의 오바마가 딱 그 수준입니다.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킨 거라던가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앉힌거라던가...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12/08 16:15
차기 폐하께서 참 대인배군요. 소햏은 단순한 이상주의자일까 걱정했는데, 일단 그 걱정 하나는 접어도 되겠습니다.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8 22:52
이상주의자는 아닌 듯 싶습니다. 오히려 현재 상황으로는 지나치게 현실주의적인 사람 같더군요-ㅅ-
Commented by 날아라슝 at 2008/12/09 02:33
뭐 이걸 대인배라고 보기엔.....
미국의 문화적 특성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치인이나 사회적 유명인사를 상대로 한 장난전화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대
대통령 당선자라고 신분을 밝혔다고 하지만
저같아도 미친넘 하고 끈어버렸지 싶으니깐요 -_-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9 12:27
전화 끊기고도 다시 건 오바마가 대인배란 소립니다만(...)
Commented by 꿀꿀이 at 2008/12/09 14:18
뭐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전화 끊겨서 다시 거는 수준 정도 가지고 대인배라고 하기엔 너무 과장한 거 아닌가 싶네요 ^^;;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09 14:37
일개 하원의원에 대통령 당선자가 두번이나 무시당하고도 다시 전화를 걸어 끝내 통화에 성공하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는 점과, 역시 상대 당의 일개 듣보잡 하원의원씩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는 모습에서 대인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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