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M 사건과 한국 외교 사회에 대한 관심

Free Gaza Movement 소속 팔레스타인 구호선단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진입 및 나포 작전으로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 약 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선상의 활동가들이 먼저 무기를 들고 저항했기에 부득이하게 자위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만, 그 전에 이미 작전지역이 명백한 공해상이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뭐라고 할 말은 없지요.(공해상에서의 작전인 이상 오히려 민간인 쪽이 자위권을 행사했다고 봐야 합니다. 민간인의 자위권 행사...라는게 어디까지 용납되는지는 따져봐야 겠습니다만. 그리고 FGM 쪽에서는 자위권 이전에 레펠과 동시에 총격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있고.) 터키가 이스라엘의 이번 행위를 해적 행위이자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규탄하는데 개인적으로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여튼, 이스라엘이 저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건 말건 사실 우리에게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때문에 중동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이 없이, 유가 등에 한정되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우선, 이번 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 정부는 천안함 문제를 역시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자 하고 있지요. 여기에서 안전보장이사회는 두 개의 안건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냐라는 선택에 직면합니다. 물론 이는 UN의 선택이 아니라, 안전보장이사회 소속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선택입니다. 당연히 현 상임/비상임이사국 15개국을 알아봐야겠지요.

상임이사국 :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비상임이사국 : 일본, 멕시코, 브라질, 나이지리아, 우간다, 가봉,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터키, 레바논

이 15개국을 대상으로 먼저 5월 31일 오전 기준, 즉 아직 FGM 사건이 터지기 전 천안함 문제 회부와 관련된 분류를 해보겠습니다. 푸른색은 안보리 회부 찬성측, 붉은색은 안보리 회부 반대측이며 다시 굵은 글씨는 입장이 확실한 국가입니다.

상임이사국 :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비상임이사국
: 일본, 멕시코, 브라질, 나이지리아, 우간다, 가봉,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터키, 레바논


북한과 특수적 관계에 있는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모두 안보리 회부에 찬성하거나 중립적 입장입니다. 그러나 사안으로 봐서 중립적인 5개국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위의 표시는 매우 보수적 관점의 표시) 러시아는 이번 방한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라 비토가 아닌 기권 수준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중국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기권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 이번엔 천안함 사건이 없다고 가정하고, FGM 사건에 대한 안보리 회부 찬반여부 분류를 해보겠습니다. 분류표시는 위와 같습니다.


상임이사국 :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비상임이사국 : 일본, 멕시코, 브라질, 나이지리아, 우간다, 가봉,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터키, 레바논

터키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국가이며,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이지요. 브라질과 오스트리아, 프랑스는 이미 이스라엘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했으며, 특히 지중해 연합(Mediterranean Union)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는 중동 문제도 자국의 역내 문제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이용해 안보리에서 천안함 문제를 덮고자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특수관계때문에 이 문제에 매우 소극적입니다.(하지만 이번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비토를 던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아마 수위조절에 나설 듯.) 대북 문제를 중요시하는 일본 역시 천안함 문제가 다른 이슈로 덮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제 이 2개를 비교해보죠. 이 2가지 안건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게 여길지. 분류법은 위와 비슷하고, 다만 푸른색이 천안함 문제, 붉은색이 FGM 문제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뀝니다.

상임이사국 : 미국, 영국, 프랑스,러시아, 중국
비상임이사국 : 일본, 멕시코, 브라질, 나이지리아, 우간다, 가봉, 오스트리, 보스니아, 터키, 레바논

터키와 레바논이 천안함보다 FGM 사건을 우선시하는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천안함 문제를 FGM 사건으로 덮으려는 중국도 마찬가지이고, 러시아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보여집니다. 자국 역내권 문제로 생각하는 프랑스도 천안함보다는 FGM 사건에 더 우선을 둘 듯 싶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아랍은 아니지만 이슬람권이라 팔레스타인 및 중동에 느슨한 연대감이 있는 편이지요. 그러다보니 FGM 사건보다 천안함 문제를 우선시해줄 나라는 미국, 일본 뿐입니다.

더군다나, 천안함 사건이 적어도 "군 전투함"을 상대로 한 무력도발이라면 FGM 사건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력행사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여론도 FGM 사건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위기로 기사가 도배되던 CNN이 한국시각 어제 저녁부터 바로 중동으로 말을 갈아탔지요. 그리고 천안함 사건때문에 북한 외교공관 앞에서 시위 일어났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사건의 중요성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국제여론의 관심사가 한반도보다 중동에 쏠려있기 때문이지요.

대북 군사보복 옵션이 현실적 어려움으로 포기하고, 현 정부는 UN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외교적 압박 옵션을 선택했습니다만, 정말 느닷없는 FGM 사건으로 외교적 옵션도 활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건 정부나 외교관들이 무능해서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돌발변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UN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그나마 기대해볼 법 한데, 아직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무리하면서 주제를 천안함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실제 부트로스 갈리 UN 사무총장은 미국 단 1개국의 반대로 연임하지 못했습니다. 1기 임기가 남았고, 연임이 목표인 이상 지금은 적어도 상임이사국들에게 찍히면 안되지요.)


p.s : 이스라엘로선 다행히도, 6월 1일을 기해 순번제로 돌아가는 안보리 의장국이 레바논에서 멕시코로 바뀌었더군요.(...)

덧글

  • dunkbear 2010/06/01 21:02 # 답글

    사견이지만 일본은 천안함 사건을 굳이 우선시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천안함을 껀수로 잡아서 자국 국방력 강화, 평화헌법 개정 및 (F-35 전투기 도입 가능성과 맞물린) 자국 방산업의 해외진출 승인 등을 추진하는 데 더 신경 쓸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처럼 시급한 문제로 여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도... 글쎄요... (제가 틀리겠지만) 중동 평화문제를 하루속히 제궤도에 올리기 위해 오히려 FGM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상임위에 천안함 문제보다 더 우선시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봅니다.
  • 명랑이 2010/06/02 01:28 #

    이미 평화헌법 개정에 관해서는 한-일 군사협력을 약속한 이상 한 발을 크게 내딛은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 네비아찌 2010/06/01 21:04 # 답글

    어렵게 증거를 찾아내어 안보리 회부 직전에 이스라엘 놈들이 사고치는 바람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성과는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국내에서는 음모론 지지자들에게 또 욕을 먹겠구요. 가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서는 가카 지못미....하고 싶네요.
  • 긁적 2010/06/01 21:30 # 답글

    후 어렵군요 =_=;
  • Merkyzedek 2010/06/01 21:44 # 답글

    설마 여기서 또 음모론이 나오지는 않겠지요....
  • 알츠마리 2010/06/01 21:52 # 답글

    새로운 음모론 떡밥: 이스라엘-북한 커넥션.(...)(맞는다)
  • 觀鷄者 2010/06/02 09:09 # 답글

    다른 블로그의 포스팅에서도 비슷한 덧글을 달았는데...

    1. 정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증거를 수집하여 안보리에 제시할 예정입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상임이사국들 중 모국이 삐딱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2. 그런데 이번 사건이 안보리에 넘어간다면 상임이사국들 중 모국은 팔은 안으로 구부러진다는 마인드로 어떻게든 비호를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3. 만약 모국이 2항의 예를 들어 모국을 은근슬쩍 압박한다면, 서로 '퉁'치고 넘어가지 않을지...

    망상을 전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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