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남오셰티아

8월 전쟁 당시 그루지야의 전쟁범죄

늘 그렇듯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프레시안에서 BBC 기사 하나를 번역해 올렸더군요. 뭔가 했더니 그루지야의 전쟁범죄 관련 기사였습니다. 프레시안의 번역기사, 그루지야軍, 남오셰티아서 전쟁범죄 저질러가 바로 그 기사입니다. 그루지야측의 전쟁범죄는 러시아의 공식전 참전 사유가 되었으며 이후 그루지야를 지원하는 서방세계에서도 그루지야 군의 남오셰티아 전쟁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심지어 제노사이드까지 있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BBC 기사에 의하면, 언론 중에서는 최초로 BBC가 전장인 남오셰티아를 직접 방문해 그루지야군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 기사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영국 정부에서는 그루지야의 전쟁범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외무장관의 원칙적 반응이 기사에 실려 있더군요. CNN이나 기타 서방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고, 국내 언론에서는 프레시안 말고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가 직접 해당 BBC 기사의 원문을 찾아, 전쟁범죄에 대한 남오셰티아 민간인들의 언급 부분과 샤카쉬빌리 대통령의 해명을 번역했습니다. 영어에 취약한 지라 오역이 많고 나중에는 의역도 팍팍 들어갔으니 번역에 오류가 있다면 지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Georgia denies 'war crimes' claim - BBC

Marina Kochieva, a doctor in the regional capital Tskhinvali's main hospital, told our reporters that she and three relatives were targeted by a Georgian tank as they were trying to escape by car from the town on the night of 9 August.
8월 9일 밤, (남오셰티아의) 수도 츠힌발리의 중앙 병원의 의사 Marina Kochieva는 3명의 친척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가 그루지야 전차의 표적이 되었다.

She said the tank fired on her car and two other vehicles, leading them to crash into a ditch. The firing continued as she and her companions lay on the ground, she added.
그녀(Marina Kochieva)가 말하기를 전차는 그녀의 자동차 및 다른 두 대의 차량을 향해 사격을 가했고, 차들을 도랑으로 밀어냈다. 일행이 지면에 엎드릴 때까지 사격이 계속되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Georgy Tadtayev, a 21-year-old dental student, was one of the Ossetian civilians killed during the fighting.
21세의 치과학생 Georgy Tadtayev는 전투에 휘말려 죽은 오셰티아 민간인 중 한 명이다.

His mother, Taya Sitnik, 45, told the BBC he bled to death in her arms on the morning of 9 August after a fragment from a Georgian tank shell hit him in the throat as they were both sheltering from artillery fire in the basement of her block of flats.
그(Georgy Tadtayev)의 어머니 Taya Sitnik(45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죽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8월 9일 아침, 그루지야 군 전차들의 포탄은 그들이 숨어있던 지하방공호에 명중했고, 그는 인후에 파편을 맞아 그녀의 품 안에서 죽었다.

Mrs Sitnik said she subsequently saw the tank positioned a few metres from the building, firing shells into every floor. Extensive damage to the five-storey block appeared consistent with her version of events.
그녀(Taya Sitnik)는 뒤이어 (그루지야 군) 전차들이 건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위치까지 접근한 후, 모든 층마다 포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5층 건물들의 모습은 그녀가 겪은 사건들의 증언을 뒷받침해 주었다.

Mr Saakashvili said: "We strongly deny... accusation of war crimes - but of course, we are very open for any kind of comments, we are very open for any kind of investigation.
샤카쉬빌리(그루지야 대통령)는 말했다. "우리는 절대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우리는 (전쟁범죄) 조사를 위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며 어떠한 종류의 수사에도 협력할 것이다."


일단, 증언에서 나오는 주요 전쟁범죄는 모두 8월 9일에 이루어졌습니다. 러시아가 공식 참전을 개시한 것은 8월 8일임을 감안하면, 이때까지도 러시아 지상군 주력이 전선에 도착하지 못하고 긴급 동원 중이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기사에서는 그 시기에 이미 양군이 접촉, 전투가 시작되었는데 선발대인 듯 싶군요. 러시아가 참전을 선언하자, 러시아 주력이 오기 전에 전략목표인 남오셰티아의 수도 츠힌발리를 함락하고자 무리하는 과정에서 저런 사건이 터진 듯 싶습니다. 러시아 참전 이전에도 전쟁범죄가 있었다는 말이 많은데 해당 기사에서는 확인이 안 됩니다.

도망치는 민간인 차량에 대해 사격을 가하거나, 아파트 건물에 포격을 가하는 대 민간인 공격행위, 즉 전쟁범죄가 언급되는 데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전통적인 구소련식 시가전 교리입니다. 그루지야는 친미화된 이후로 미군의 장비를 지원받고 미군으로부터 훈련받아 미군식 전술 및 교리를 사용하는데, 역시 다급해지니 모태인 구소련군 습성이 튀어나왔나 봅니다. 이 교리는 말 그대로 의심가는 건물은 싹부터 자르고 본다...인데 이게 민간인이 피난간 도시라면 정공법입니다만 그렇지 못한 지역이라면 절대적으로 피하는 게 원칙이죠.

전장이 될때까지 피난 안 간 민간인들의 문제도 있다면 있겠지만 그 좁아터진 땅바닥에 피난갈 데도 마땅치 않고, 피난가다간 첫번째 사례처럼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피난을 포기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서방세계로선 옹호해주던 그루지야의 전쟁범죄가 드러난다면 참 당혹스러울텐데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의 명분이 더욱 더 뚜렷하게 나오는군요. 물론, 러시아 군도 반대로 8월 11일 이후로는 고리 등 주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할 말이야 없겠지만.(...)

by Ladenijoa | 2008/10/31 18:44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11)

러시아 상원, 압하지야 및 남오셰티아 독립 승인

러' 의회 그루지야 자치영토 독립 인정(종합) - 연합뉴스

러시아는 승전국으로서의 수순을 차례차례 밟아가고 있다. 러시아 연방의회(상원)는 그루지야의 두 자치공화국에 대한 독립을 승인했다. 이제 남은 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승인과 대통령의 서명 뿐인데 총리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며 집권여당이 과반수 이상을 훨씬 상회하는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지금 국가두마가 반대할 리도, 꼭두각시인 메드베데프가 서명하지 않을 리도 없다.

이 문제의 빌미 제공은 멍청하기 그지 없는 서방 세계에 있다. 2008년 2월, 코소보 독립을 승인해 놓고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단 말인가?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해놓고 압하지야와 남오셰티아의 독립 승인을 거부하는 명백한 이중잣대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며 러시아가 이 틈을 파고 들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단 말인가?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소련에서 분리된 CIS 국가 중에서 압하지야 및 남오셰티아처럼 친러 성향을 띄고 있거나 분리를 추구하는 지역은 한둘이 아니다.



이 사진은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슬라바급 순양함 모스크바가 대 그루지야 전쟁 종결 후 모항인 셰바스토폴로 귀항하는 장면이다. 사진 하단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모스크바를 환영하고 있다. 러시아를 환영하는 문구와 러시아 국기, 러시아 해군기 등을 휘날리며 모스크바를 환영하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인이다.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 하단, 항구도시 셰바스토폴이란 말이다.

by Ladenijoa | 2008/08/25 18:20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27)

<그루지야 전쟁> 현재 확인된 전황

서부 압하지야 전선

1개 공수사단 및 기계화부대 일부가 전개한 것으로 알려진 제2전선 압하지야. 러시아 군은 그루지야-압하지야 경계선을 돌파한 뒤, 가도를 따라 주그디디(Zugdidi)를 함락하고 다시 남하하여 세나키(Senaki)를 함락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기존에 확인되던 T72 전차가 아닌, 비교적 신형인 T90 전차가 확인되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 쪽에서 러시아의 그루지야 영내 진군을 확인하는 발언이 나왔다.

해상에서는 슬라바급 순양함이자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흑해함대 주력이 그루지야에 대한 해상봉쇄를 실시 중이다. 이들 함대에는 대형 상륙함 3척이 포함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으며 사실일 경우, 상륙전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출격한 그루지야 해군 미사일 고속정 4척은 오히려 패해 1척이 격침당하고 3척이 포티로 도주했다.

그러나 주그디디, 세나키의 함락으로 그루지야 최대의 항구이자 해군기지이며, 잔존 함정들이 도주한 포티(Poti)는 외부로부터 사실상 차단당했다. 러시아 군은 마음만 먹으면 포티로 진격해 이를 접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세나키와 포티의 직선 거리는 35km이다.

세나키에는 그루지야의 5개 보병여단 중 제2보병여단이 주둔 중인 것으로 위키피디아에서 확인된다. 세나키의 함락은 그루지야 육군 제2보병여단이 철수 혹은 패배했음을 의미한다. 지도상으로 세나키 동쪽에 보이는, 세나키와 약 30km 떨어진 Khoni에는 육군 제5보병여단과 포병여단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다. 위치상으론 일단 5여단이 러시아군의 좌측면을 공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한국시각 오전 10시 50분 추가 사항 : 마침내 포티가 함락되었다. 그루지야 군은 포티가 무혈함락당했다고 밝혔고, 이를 공식 부인하던 러시아 국방부는 얼마 뒤 포티에 정찰부대가 진입했었다고 정정했다. 무혈함락과 정찰부대 진입. 양측 주장이 약간 엇갈린 듯 싶기도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예상대로 포티는 외부로부터 차단당했으며 방어전력은 전무하고, 러시아는 언제든지 포티에 진입할 수 있었다.

동부 오셰티아 전선

이번 전쟁의 주 전선인 오셰티아 전선. 개전 초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의 수도 츠힌발리(Tskhinvali) 공략에 거의 성공(8/9)한 그루지야 군(파란색 화살표)은 러시아 군(붉은 색 화살표)의 개입으로 패퇴했다.(8/9~11) 전격 개입으로 그루지야 군을 패퇴시킨 러시아 군은 방금 전부터 압하지야 전선과 함께 전면 총공세에 나섰다.

그루지야 군의 남오셰티아 침공을 위한 전선사령부 고리(Gori)의 함락 여부에 대해서는 러시아 군과 그루지야 군의 반응이 엇갈린다. 러시아 군은 아직까지 함락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루지야는 대통령 미하일 사카쉬빌리의 대국민 연설 및 국가두마(하원) 의장의 발언 등으로 고리가 함락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고리에서 군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를 내놓았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군의 포, 폭격으로 고리의 절반이 초토화되었다고 보도 중이다.

전선과 고리의 거리는 20~30km 정도밖에 되지 않기는 하는데 그래도 그루지야 군 주력이 집결한 고리가 이렇게 순식간에, 허무하게 함락되다니 대체 어떤 일이 있었단 말인가?

고리는 평시에 제1보병여단 및 공병여단, 전차대대가 주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오셰티아 침공을 위해 추가 증원병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리는 (그루지야 주장대로라면) 러시아의 전격 작전에 함락당하고 말았으며, 잔존 그루지야 군은 대대적으로 수도 트빌리시로 후퇴 중이다. 현재까지 보도로는 이들의 철군은 수도 트빌리시 사수를 위한 것이다.

고리는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수도 트빌리시로 가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동서 그루지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도시이다. 고리 함락으로 그루지야 군은 수도 트빌리시가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었으며, 국토는 양분되었다.

본토 방어로 바뀐 그루지야 군의 전략목표는 다시 처참하게 수도 사수로 바뀌었다. AFP 통신 보도로는 그루지야가 "수도 함락 및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국제적 개입"처절하게 호소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엄살은 아닌 듯 싶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하일 사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러시아가 약 25,000명의 병력과 500대의 탱크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CNN 보도로는 제공권은 러시아 공군이 완벽히 장악한 반면, 그루지야 공군기들은 전혀 비행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그루지야 전역에서 대규모 공습을 계속해서 퍼붓고 있다. BBC는 그루지야 대통령 일행이 폭격을 피해 도망치는 영상을 보도했으며, 대통령 일행에 대한 공습은 이걸로 두 번째이다.(체첸전쟁 당시 체첸 대통령 역시 공습으로 죽었다.) 각 지역의 통신시설, 군 지휘소 등이 맹폭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현지시각으로 11일 정오에 대통령궁 주변이 폭격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전날에는 수도 트빌리시 일대를 관할하는 그루지야 군 방공레이더가 폭격당해 파괴되었다. 각지의 교량과 도로가 공습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통령의 연설 중에 포함되었다.

추가사진. 고리-트빌리시 도로에서 폭격당해 완파되어 타오르고 있는 그루지야군 장갑차량 (CNN)


폭격을 피해 도망치는 사카쉬빌리 대통령 일행 - BBC

폭격을 받아 파괴된 수도 트빌리시의 방공레이더

지난 며칠 간의 전투로 그루지야의 탄약 및 연료재고량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오늘 공세에서 무기력하게 패퇴한 것을 보아 병력피해도 만만치 않은 듯 싶다. 수도 사수를 위한 전략적 후퇴라기에는 고리나 세나키 등 요충지들을 대부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을까?

각 기관의 각급 그루지야 관리들은 한결같이 러시아 군이 트빌리시로 진공해 올 것이라며 공포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루지야 각지에서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그루지야를 이용만 하고 정작 위기에 처하자 도와주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by Ladenijoa | 2008/08/12 04:27 | Military | 트랙백 | 덧글(16)

<그루지야 전쟁> 러시아, 전면 총공세 개시

새벽 2시를 기해 CNN, BBC 등에서 일제히 긴급속보로 러시아 군이 그루지야 본토로의 진공작전을 개시했음을 보도했다. 현재 이들 기사들은 분 단위로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 되며 현재 전황의 급박함을 알리고 있다.

현 시각까지 국내에 나온 언론 보도로는 연합뉴스 속보 제1보, 러시아 군이 그루지야 영토 절반을 장악했다는 것과 아시아경제 보도, 그루지야 군이 전선에서 철수해 수도방위를 위해 이동중이라는 것 정도다.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전국적으로 50여 개소 이상의 지역이 러시아 공군의 전면 공습을 받았으며, 러시아 육군은 고리와 세나키 양 도시를 목표로 진공 중이다.

고리는 트빌리시로 가는 길목이자 현재 그루지야 군의 전선 사령부이며, 세나키는 압하지야 방면의 전선사령부 성격에 1개 보병여단이 주둔 중이다. 또 그루지야 최대의 항구이자 해군기지인 포티의 길목을 끊어 고립시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 군 전면총공세 개시의 긴급속보는 우리시각으로 약 새벽 2시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본사로 전달되어 보도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예상되는 러시아군 전면 총공세 개시 시작은 한국시각 약 새벽 12시 30분~1시 30분 사이. 현지시각으로 저녁 7시 30분~8시 30분 사이이다.

아 십라


p.s 1 : 추가사항 확인. 그루지야 의회 의장은 전선사령부인 고리가 러시아 군에 의해 함락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p.s 2 : 재차 추가사항. 고리뿐만 아니라 세나키, 주그디디까지 함락.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부인 중이나 그루지야는 샤카쉬빌리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 국토의 절반이 러시아 군에게 점령되었다고 연설. BBC의 동영상 중에는 폭격을 피해 도망가는 대통령 일행의 모습이 나왔다.

by Ladenijoa | 2008/08/12 02:33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 | 덧글(12)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초기

1. 개전의 원인

그루지야에 있어서 압햐지야,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은 자국 내 영토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지만 이들 두 지역의 주민들은 러시아 시민권을 소지하고 러시아어를 쓰며 러시아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고 화폐로 루블화를 쓰는 너무나도 명백한 러시아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구소련 해체 직후의 내전에서 결국 이들 두 자치공화국에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조건으로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싶었지만, 2004년 민주화혁명으로 친미 사카쉬빌리 정권이 들어서고 이 정권이 친미정책과 NATO 가입을 추구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다. 당장 러시아의 경제제재 조치로 그루지야의 경제는 크게 악화되었다.

이런 양측의 긴장관계는 가스값 인상 등으로 충돌을 빚어오다 올 초, 코소보가 독립하면서 러시아가 대 코소보 카드로 몰도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내의 친러 지역 독립 카드를 고려하고, 이들 자치공화국 역시 러시아로의 병합 내지 독립의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면서 그 활동이 크게 활발해졌다.

이미 몇 달전, 러시아 공군이 영공을 침범해 자국 무인정찰기까지 격추시키며 개입하자 한 발 물러서야 했던 그루지야는, 감히 대국 러시아에 전면적 무력도전은 꿈도 못꾸는 현실이었지만 8월 초, 세계 각국 정상들의 휴가시즌 및 올림픽 시즌에 맞추어, 즉 여론이 그루지야로 돌려지는 걸 늦추고 각국 정부가 개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판단된 최근에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을 향해 8월 2일부터 교전에 돌입, 곧 이어 전면적인 총공격으로 이어진다.


"푸틴이 올림픽 구경하는 동안 잽싸게 끝내버리겠어."
남오셰티아 전역을 향해 포격을 퍼붓고 있는 그루지야 육군 다련장로켓포.

그루지야 군은 월등히 앞선 화력으로-BM21 다련장로켓포만 100문이 넘는다. 반면 상대는 제대로 된 화력이 전무한 자치공화국의 민병대 수준 아닌가?- 남오셰티아 공화국군을 격파하며 수도 츠힌빌리로 진격했다. 압도적인 포격과 공습으로 초토화작전에 가까운 화력을 선보인 뒤, 그루지야는 도시에서 민간인이 피난갈 시간을 준다는 이유로 휴전을 선언하고 잠시 뒤 공격을 재개, 츠힌발리를 함락하기에 이른다.(이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군사행동은 이미 예견된 것이며 구체적인 날짜까지도 제시됐었다. 세계 정상들이 휴가를 떠난 이 시점이 공격의 가장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루지야 사카쉬빌리 대통령, CNN과의 인터뷰

그러나 그루지야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크게 착각한 것이 있었으니 러시아의 신속한 개입이었다. 예상대로 서방은 군사력 사용을 중단하라는 촉구에 그치며 대응에 시간이 걸렸으나, 러시아는 자국 평화유지군의 사망 등을 명분으로 삼으며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 수도 츠힌발리가 그루지야 군에 의해 사실상 함락되자 즉각적으로 무력개입에 나선 것이다.

첫 무력개입은 그루지야 일부 도시에 대한 러시아 공군의 폭격이었다. 즉시 그루지야 정부는 "러시아 전투기 3대가 폭격을 가해 가옥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부상했다. 우리는 이번 행동은 그루지야에 대한 공개적인 무력 도발로 간주한다."고 경고했으나 정말 불행히도 러시아는 무력도발 따위가 아니라 전쟁을 결의하고 있던 것이다. 첫 공격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공군은 재차 그루지야를 폭격한다. 이번엔 트빌리시 인근의 그루지야 바지아니 공군 기지!


바로 이곳 - 바지아니 공군기지 구글어스 전경
트빌리시 인근에서 확인되는 유일한 공군기지. 트빌리시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트빌리시 국제공항과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트빌리시와 거리는 약 20km로 언론에서 보도된 거리와 비슷하다.

“남오세티야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2008. 8. 8. 베이징에서

단순한 무력시위나 소규모 무력개입이면 좋겠으나 푸틴은 이미 현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했다.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되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했고, 이미 러시아 정부에서 공식 전쟁선포를 전달해왔다는 익명의 그루지야 정부관리 발언도 나왔다.


2. 개전 초기 전쟁현황

사실상 개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금 상태이지만 전황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 수도 츠힌발리를 함락시켰던 그루지야 군은 전격적으로 개입한 러시아 군의 공격과 공습으로 츠힌발리의 일부 통제권을 상실했고 나머지 지역에서 패퇴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전쟁은, (올림픽 개막식이 한창이던 때에) 러시아 공군 전폭기가 트빌리시 인근 그루지야 공군기지를 폭격하면서 사실상 그루지야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지금까지 러시아 군의 활동은 그루지야 국경 인근에 국한되었지만 오늘의 공습으로 러시아는 사실상 그루지야 전역으로 공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림픽같은거 신경 안써! 감히 우리를 건드리다니, 간댕이가 부었나 보구나."
그루지야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으로 진격 중인 러시아 육군 전차부대.
이에 맞서는 그루지야 군 기갑부대는 T72 205대와 T55 50여 대가 전차의 전부이다.

"부, 분하다..."
격파된 채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루지야 군 장갑차량.
전차로 보이고, 퍼온 곳에서도 그루지야군 T72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총병력 약 35,000명의 군대로 신속하게 남오셰티아를 밀어버리겠다던 그루지야와 사카쉬빌리의 전략은 완벽하게 무너진 셈이다. 이제 반대로 그루지야는 러시아 지상군의 본토침공 가능성에 노출되었다. 북코카서스 군구 예하에만 차량화소총사단 3개와 독립여단 다수, 스페츠나츠 여단 2개가 있다. 군구 소속 항공전력으로 Mig29, Su24, 25, 27이 각각 1개 항공사단씩 전개되어 있고 Mig25/31 혼성사단도 1개 있다.(글로벌 시큐리티 기준)

이에 대해 그루지야는 벌써 러시아 전투기 5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말로는 소총으로 아파치도 격추시키고 F5로 F22도 격추할 수 있으며 미드웨이의 미 해군 잔존전력도 쓸어버리지. 말로 못하는 게 뭐가 있으리.

러시아의 개입이 확인된 직후, 그루지야는 예비군 총동원령을 선포한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당연하다. 그루지야의 전쟁계획은 공세전에서 불과 하루만에 본토 결사방어전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그루지야 정부는 예비군을 소집해서 "진격"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마 자국 수도 트빌리시로 진격 중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3. 전쟁의 향방

러시아로서는 완벽하게 명분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전쟁에 개입했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다. 그루지야 군의 포격으로 남오셰티아에서 상당한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그루지야가 사전에 남오셰티아를 상대로 하는 전쟁을 계획했고 그 계획대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로서는 정전협정 위반 및 러시아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에의 응징, 러시아 시민권자 보호, 민간인 희생 방지 등 아주 많은 명분을 확보한 상태로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전투가 진행 중인 곳은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 일대에 국한되어 있다. "러시아는 전면전을 자제하겠지만 러시아 남부 국경에 대한 안보를 확고히 하고 남오세티아에 사는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의 말대로 아직까진 국지전, 제한전이다.

문제는 확전 가능성이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루지야 내의 또 다른 자치공화국 압하지야의 병력이 남오셰티아 구원을 위해 이동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고, 러시아는 그루지야와의 모든 항공노선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그루지야는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이건 절대 국지전이나 제한전에 쓸 카드는 아니다. 물론 러시아가 국지전, 제한전을 하면 당하는 상대방은 국가총력전으로 맞서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루지야는 중앙아시아에서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가는 직통 가스관 BTC 라인이 거치는 통로인 데다가, 카프카즈 지역에서 미국이 새로 확보한 동맹국으로서 남부에서의 러시아 견제를 맡고 있는 요충지이다. 즉, 그루지야가 믿을 것은 오직 미국과 서방진영 뿐인데, 전쟁 초기 민간인 대량희생으로 인해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좋은 소리는 듣기 힘들 듯 싶다. 미국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쑤는 와중에 러시아와 충돌을 각오하면서 그루지야를 도와주기 힘들다.

즉, 그루지야는 외교적으로도 고립된 처지인 것이다. 뒤늦게 UN 안보리 소집을 요청했으나 러시아가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안보리에서 그루지야 말이 먹힐 리는 없다. (더군다나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 참전 이전, 러시아의 요구로 그루지야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아주 외교적으로 너무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그루지야를 치겠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전의 부시-푸틴 회동. 푸틴이 조용히 귓속말을 건네자 부시가 당황해하고 있다.
언론은 이 때 푸틴이 한 말이 그루지야 침공의 통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별다른 일만 없으면 전쟁은 남오셰티아 전역에서의 그루지야 정부군의 전면적인 참패로 끝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루지야의 추가침공 가능성 및 민간인 희생 등을 이유로 러시아가 남오셰티아, 압하지야를 독립시키거나 자국에 편입시킨다면 그루지야는 결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루지야 대통령 스스로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위한 전쟁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루지야가 미친 짓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전에 어쩌면 러시아는 남오셰티아 승리 이후 그루지야 영내로 추가공격을 하지 않을까?

참고로, 새로 확인한 뉴스에서는 그루지야 정부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서 자국의 "최정예" 부대인 이라크 파견군을 곧 귀환시킨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과연 러시아의 기갑 부대에 맞서겠다니, 용기가 가상할 뿐. 아울러 그루지야의 결전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P.S 1 : 그나저나 올림픽은 이번 전쟁으로 완벽하게 국제외신에서 묻혀 버렸다. CNN과 BBC 메인이 지금 올림픽이 아니라 그루지야 전쟁 소식이다. 러시아,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전쟁을 시작한 건가? 불쌍한 중국...

P.S 2 : 러시아 쪽 뉴스영상을 우연히 보았는데, 거리에서 불타고 있는 그루지야 군의 장갑차와 전사자 시체.(...) 벌써 소탕전 들어간 듯.(...)

by Ladenijoa | 2008/08/09 02:16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7) | 핑백(6) | 덧글(71)

러시아, 그루지야 폭격 개시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와중에 로이터 통신은 긴급속보로 러시아 공군이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인근의 공군기지에 대한 폭격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에 앞서 그루지야 정부군은 친러 성향의 자국 내 남오셰티아 자치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 공격에 돌입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군사적 보복을 경고했고 그 직후 러시아 공군이 그루지야 도시를 공습했으며, 이번 공군기지 폭격은 그 후속조치이다.

그루지야 대통령은 150여대의 전차를 동반한 러시아 군이 국경을 넘어 남오셰티아로 진군 중이며 이는 명백한 침략행위라고 규탄했으며, 그루지야 정부군이 러시아 공군기 2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는 없다.



카프카즈의 소국, 그루지야의 명복을.(...)

추가사항 : 그루지야 정부는 오늘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했다. (하면 뭐해)

by Ladenijoa | 2008/08/08 21:54 | 세계에 대한 관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8)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